콘텐츠가 이미지를 이긴다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04-17 19:40:07

{ILINK:1} 지난 1995년과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미지 정치로 승부를 걸었던 박찬종·김민석 후보가 초반 여론조사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각각 콘텐츠를 앞세운 조 순·이명박 후보에게 대패하고 말았다.

당시 박 후보와 김 후보는 모두 뒤처지는 정당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인물론을 내세우며, 일순간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당 지지율에서 앞선 정당후보인 조 후보와 이 후보가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콘텐츠가 이미지를 이긴다는 명제를 확인시키는 일인 동시에, 선거는 결국 인물 대 인물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정당과 정당간의 대결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사례라 할 것이다.

지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서 과거 박찬종, 김민석 후보와 같은 ‘이미지 후보’들이 ‘바람’을 일으키며 당내 경선가도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이른바 ‘강풍(康風)’을 일으키고 있는 열린우리당 강금실 전 장관과 ‘오풍(吳風)’으로 주목받는 한나라당 오세훈 전 의원이 그 주인공들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미지 성향이 강한 두 후보 모두 당내 경선 과정에서 조정기를 거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검증에서 ‘거품론’이 현실로 드러날 가능성 때문이다.

실제 역대 서울시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이미지 후보가 콘텐츠 후보를 이기 못한다는 명제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미지 후보’들의 추락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강 전 장관은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단숨에 1위에 올랐었다.

그러나 뒤늦게 오세훈 전 의원이 한나라당 경선에 가세하면서 강 전 장관은 오 전 의원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전 장관의 이미지가 유권자들의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오세훈 전 의원은 어떨까?

단지 시간문제일 뿐, 강 전 장관의 경우와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강풍(康風)’이나 ‘오풍(吳風)’이나 별반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오 전 의원에 대한 지지도가 추락할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는 말이다.

이미 수차에 걸쳐 언급했듯이 이미지가 콘텐츠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오 전 의원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한 강북 상권 부활 프로젝트를 내놓은 것도 다분히 이를 의식한 탓이다. 강 전 장관이 “대선자금 수사의 격랑을 헤쳐간 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원칙과 소신”이라고 항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지는 순식간에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콘텐츠는 상당한 시일을 소요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이제 와서 콘텐츠를 만들겠다며 제아무리 용을 써도 이미 늦었다.

당내 경선에서는 ‘바람 후보’, 즉 ‘이미지 후보’들이 ‘콘텐츠 후보’들을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본선에서는 어림도 없다.

역대 서울시장 선거가 말해주듯이 이번 선거 역시 어느 정당이고 ‘콘텐츠’ 후보를 내보내는 정당이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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