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후보, 자진사퇴하라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04-19 18:57:11
{ILINK:1}한나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주자인 오세훈 경선후보가 지난 2년여 동안 당비를 납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좌초 위기에 처했다.
한나라당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피선거권이 주어지는 책임당원이 되려면 매달 2000원 이상을 3개월 이상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오 후보는 2년여 동안 당비를 전혀 납부하지 않았고 최근 서울시장 경선후보로 등록하면서 당비 300만원을 한꺼번에 납부했다.
이에 대해 경쟁자인 홍준표 후보는 “당비에도 소급적용하는 법이 있느냐”고 따졌다.
사실 누군가 오 후보에 대해 ‘당권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다면 오 후보는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16, 17대 총선에서도 정당이 정한 당헌에 따르지 않고 공천을 했다가 공천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사례들이 있다.
서울 남부지법 제51민사부(부장판사 김건일)는 17대 총선을 얼마 앞둔 지난 2004년 3월24일 경기 안산시 상록을 선거구 공천에서 탈락한 노영철씨가 민주당을 상대로 낸 공천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당헌을 따르지 않은 공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이에 앞서 남부지법은 지난 2000년 총선 당시에도 함운경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이 민주당을 상대로 강현욱 의원에 대한 공천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자 “총재가 공천 전권을 행사한 것은 헌법에 근거한 민주적 절차를 위배한 것”이라며 받아들인 바 있다.
이같은 전례에 비추어 볼 때 누군가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기만 한다면, 오 후보의 자격 상실은 불 보듯 뻔하다.
물론 문제를 제기한 홍준표 의원 측은 “본인이 직접 나서기 싫다”고 말하고 있다. 맹형규 후보 측도 “문제는 있으나, 그냥 눈감아 주자”는 대범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유야무야(有耶無耶) 넘어갈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우리가 답변해야 할 문제라기보다는 당에서 답변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당에 떠넘기는 듯한 오 후보 측의 태도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는 당의 문제가 아니라 오 후보 자신의 문제다.
자신이 판단해서 당원으로서나, 도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면 그 입장을 떳떳하게 밝히고 출마를 강행해도 좋지만, 아무래도 도덕성이나 당원으로서의 책임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후보직 사퇴를 결정하는 것이 옳다.
이른바 ‘오세훈 선거법’이라는 것을 만든 사람이, 그로 인해 시민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는 사람이 당헌·당규조차 따르지 않는데서야 어디 말이나 되는가.
오 후보의 ‘깨끗한 이미지’를 기억하는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오 후보가 당의 결정을 기다리기 이전에 스스로 사퇴하는 용단을 내려주길 간절히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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