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편법상속, 범죄로 처벌해야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6-04-24 19:20:30
{ILINK:1}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재벌들은 많이 있다.
미국의 손꼽히는 재벌가문인 멜런家는 걸프오일의 소유주인데 카네기멜런대를 공동설립하였다. 이 가문의 상속자인 윌리엄 래리머 2세는 재산상속을 포기하고 아프리카에서 봉사하는 슈바이처의 영향을 받아 서른일곱의 늦은 나이에 의사 수업을 받은 후, 가족들과 함께 환경이 열악한 아이티에 슈바이처병원을 세우고 평생 의료봉사를 하였고,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자손들이 병원을 운영하며 그 뜻을 잇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금욕적이고 성실하기는 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장사꾼이었던 스탠더드오일의 창립자인 존 D 록펠러는, 말년에 이르러 수많은 사회사업을 하여 박애주의자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그리고 스웨덴의 발렌베리家는 투명한 경영으로 약 150년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존경받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벌을 향한 비난을 살펴보면 정경유착, 탈세, 주가조작, 편법 거래, 증여·상속, 편법 경영권 승계라는 말들이 빠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법치주의와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정치와 경제원리를 불신하게 만들어 결국,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불법과 편법을 통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어 사회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 4월5일 참여연대가 공개한 재벌 총수일가의 주식거래 현황을 보면 ‘문제성 주식거래’가 상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즉 재벌의 주식거래가 주주의 이익이나 기업가치의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재벌家의 사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온갖 불법과 편법이 총동원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국가경제의 중추인 대기업이 오너 일가의 사금고로 전락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재벌의 편법 세습은 대기업일수록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된 70개 기업 중 4대그룹인 삼성, 현대자동차, LG, SK의 계열사는 23개로 32.8%를 차지했으며, 4대그룹의 조사대상 기업 57개 가운데 23개인 40%가 ‘문제기업’으로 판명된 셈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5~10대 그룹에 속한 중견 재벌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문제기업이 적은 데 비하여 하위그룹 총수 일가의 비리가 더 많은 점도 눈에 띄고 있으며, 11∼20대 그룹과 21대 이하 그룹 역시 적발건수 비율이 각각 29.7%와 26.1%로 나타나 만만찮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조사와 함께 그동안 나타났던 문제점들을 보면, 비상장기업을 부의 세습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상장기업의 경우에는 주로 신주인수권부사채나 전환사채를 이용하는 방법을 동원하며, 이 경우에는 증자시에 이해당사자들의 신주인수를 실권주처리한 후 대주주 일가가 헐값에 매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불법과 편법적인 방법을 통한 재벌의 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부의 대물림에 대한 무한한 집착증 때문이다. 가난한 시절에 악착같이 번 돈을 자식에게 물려줘서 자식들은 자기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려는 생각에서 집착을 하게 된다.
둘째는 세금을 내지 않고 재산을 물려주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한 한 세금을 적게 내려고 하며, 이를 탈세(脫稅)가 아닌 절세(節稅)라고 하면서 정당화하려고 한다. 비상장회사를 이용한 편법상속은 외견상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법과 편법이 확실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황금만능주의에 바탕을 둔 선민의식(選民意識) 때문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다’는 황금만능주의와 자기가 이룬 부를 자식에게도 물려주고자 하는 의식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요즘의 사태를 보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상속세나 증여세를 제대로 납부하고 경영권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2004년 3월 대한전선의 경우는 국내 상속세 사상 최대인 1355억원의 세금을 냈고, 2003년에는 교보생명의 상속인들이 1338억원을, 1997년도에는 태광산업 상속인들이 106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하여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렇게 상속세를 납부하여 경영권을 물려받거나 부를 상속하는 것을 두고 놀랄 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며, 이것은 놀랄 일이 아니고 매우 당연한 것이다.
재벌의 편법상속은 자기들의 사익(私益)과 가익(家益)을 채우기 위해 기업전체의 사익(社益)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일반 주주들의 몫으로 돌아가야 할 이익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것이며, 국가의 조세권까지 훼손하는 것으로써 결국 국익(國益)을 손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재벌총수일가의 대물림을 위한 불법·편법 상속이라는 부조리가 더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상법이나 세법 등의 관련법과 제도의 전면적 정비와 강화가 시급하다.
이제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변해야 한다. 기업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이며, 사회 구성원 모두의 힘으로 일구어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회적·도덕적 책임의식을 가져야한다. 또한 올바른 기업가정신으로 건전한 자유민주주의와 자본
주의를 이루기 위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해당 기업과 가문을 진실로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