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엔 붕어가 없다
이규택 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6-04-26 18:45:07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고 했던가?
노대통령의 특별담화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담화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전반부는 일본 제국주의의 한반도 침탈과 독도강점에 대한 장황한 수사, 중반부는 독도문제의 성격 규정(독도는 일개 섬이 아닌 주권의 문제), 그리고 후반부는 정부의 대처방식 강조(단호하고 강경하게 대응), 한국근대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설명과 독도문제에 대한 순환적 정의(circular definition), 그리고 정부의 외교방침에 대한 재확인, 이것이 담화의 요지이다.
다 아는 내용이고, 뻔한 사실이다.
그런데 왜 특별담화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그 의도가 궁금하다.
외교채널을 통해 합의된 내용을 대통령이 나서서 정면으로 뒤집어버리는 것은 또 무슨 의도일까? 그것도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알다가도 모를 일이고, 다소 생뚱맞기도 하다.
외교는 원칙도 중요하지만 실천요강이 더 중요하다. 독도가 주권의 문제이므로 독도에 대한 도발은 대한민국의 주권을 유린하는 것이다. 천번만번 옳은 소리다.
맞기는 한데 그 다음에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일본과 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큰소리 한번 쳐서 국민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면 그만인가? 담화보다는 실효적 대책마련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일본의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해야 한다. 일본의 의도는 독도를 국제분쟁지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터키의 의도적인 도발에 그리스가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 결과적으로 IMIA섬은 국제분쟁지역이 되었다. 그리고 24년이 지난 1997년 양국 정상이 화해원칙에 합의함으로써 가까스로 타결되었다.
일본이 독도를 국제분쟁화 시키겠다고 덤벼드는 이상 우리로서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방법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외교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이것이 독도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외교력강화의 관건은 한미동맹의 강화이다. 우리가 자주적 집단방어능력이 있으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분단 등 객관적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에게는 미국이 가장 유용한 전략적 파트너이다.
한미동맹의 틈을 더 이상 벌릴 경우 독도문제는 제2의 운양호사태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근대나 현대나 외교의 ABC에는 변함이 없다. 이데올로기보다는 냉철한 현실인식이 더 중요하다. 참여정부의 자주외교노선이 불안해 보이는 것은 그것이 외교의 ABC에 충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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