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보다는 정당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05-07 19:55:35

{ILINK:1} 한나라당 공천 탈락에 반발, 무소속 출마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양천구 추재엽, 노원구 이기재, 강서구 유 영 구청장을 비롯, 광진구 권혁모 부구청장 등 현직 구청장과 부구청장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정당의 한계를 뛰어 넘지는 못했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이와 흡사한 사례들이 있었다.

이는 지방선거가 인물 대 인물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정당 대 정당간의 대결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재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당 책임정치 하에서 정당의 역할은 매우 크다.

각 정당이 공천 과정을 통해 일차로 후보에 대한 검증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싹쓸이 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더 이상 정당 공천이 검증과정을 거쳤다고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어느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 될 것’이라는 비아냥거림마저 쏟아져 나오는 형국이다.

실제 영남지역은 한나라당, 전남은 민주당, 전북은 열린우리당 후보의 공천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최근 각 정당에서 불거져 나오는 공천비리 파동도 ‘특정 정당의 공천=당선’이라는 인식이 팽배함에 소속 정당 사람들끼리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기 때문이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이들 특정 지역의 경우, 특별히 본선 경쟁력을 염두에 두지 않고 공천을 하는 일도 다반사다.

그런데 그동안 특정 정당의 싹쓸이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던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마저도 특정 정당의 싹쓸이가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서도 일부 잘못된 공천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다.

아직은 후보 개개인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음은 물론, 후보 개개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로 인해 각 정당 후보의 인물에 대한 판단보다는 정당에 대한 판단이 우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향후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풍부한 후보들 관련정보가 유권자들에게 제공될 것이며, 유권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후보들을 판단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인물 면에서 훌륭한 후보를 공천한 정당이 그저 ‘막대기’를 꽂은 정당을 앞지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설사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내년 대선과 다음 총선에서는 분명히 잘못된 공천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따라서 5.31 지방선거와 관련, 서울, 경기, 인천에서 만큼은 여야를 막론하고 잘못된 공천이 없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