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홍준표 ‘烹’?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05-21 20:30:30
{ILINK:1} 오는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의 움직임은 ‘정치에 영원한 친구도 적(敵)도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우선 이명박 서울시장의 행보가 그렇다.
지난 5월7일 일요일 오후 6시 서울 모처의 어느 한정식집에서 한나라당 서울지역 국회의원들의 부부동반 만찬이 열렸다. 물론 모임을 주최한 사람은 이명박 시장이었다.
이날 모임의 참석자들은 권영세, 이재오, 김충환, 이종구, 박계동, 정두언, 진 영, 박 진, 원희룡 의원 등 모두 9명이었다.
대표적인 ‘친이’진영 사람으로 분류되는 홍준표 의원이 불참한 것이다. 반면 친박 진영의 진 영 의원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진 영 의원은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로 박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인물이다.
이를 두고 한 초선의원은 “요즘 피아 구분이 어디 있느냐”며 “친박이나 친이도 이제는 옛날 이야기일 따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홍 의원이 이 시장으로 부터 ‘팽(烹)’을 당했다는 완곡한 표현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홍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경선 당시에 이 시장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더니 결국 맹형규 전 의원에게도 큰 표 차이로 밀려나 3위로 주저앉고 말았었다.
또 비록 이날 모임에는 참석했으나, 역시 ‘팽’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 이재오 원내대표가 꼽히고 있다.
이 시장 주변에서는 이재오 원내대표가 이른바 ‘황제 테니스’ 사건이 발생할 때 이 시장에 대한 측면 지원을 소홀하게 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놓고 있는 마당이다.
특히 사학법 문제로 인해 이재오 원내대표는 당 장악력이 극도로 취약한 상태다.
결국 이 시장은 당 장악력 떨어지는 ‘친이 세력’의 이재오와 홍준표를 멀리하는 대신 비록 친박 진영 인사라고 할지라도 자신에게 힘이 되는 인물들로 ‘새판짜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시장의 최측근인 모 인사는 이른바 ‘팽’에 대해 “누구와 친하다가 멀어지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새삼스러울 것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그것이 정치”라는 말을 했다.
이는 ‘정치에서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것을 새삼 각인시키는 말인 동시에 설사 ‘팽’ 당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억울해 할 일이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런데도 이 무정한 정치판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오염된 정치에 염증을 느껴 정치판을 떠나겠다던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마저 다시 정치판에 뛰어 들었다.
그렇다면 정치에는 우리 같은 범인(凡人)이 알지 못하는, 정치인들만이 알 수 있는 어떤 마력 같은 게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언제 버림을 받을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토록 우매한 충성을 보일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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