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정말 딱하게 됐다
시민일보
| 2006-05-24 17:46:20
{ILINK:1} 열린우리당의 처지가 정말 딱하게 생겼다.
우리당의 지지율은 5.31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으로서는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최고 밑바닥까지 내려간 반면, 한나라당 후보군들의 인기는 연일 상종가를 치닫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동영 의장이 24일 사실상 민주당과의 통합추진 의사를 밝혔다가 민주당으로부터 퇴자를 맞는가 하면, 우리당을 불과 6%대 차이로 바짝 추격하는 민주노동당으로부터는 “이번 지방선거는 끝났다. 동시에 열린우리당의 운명도 끝났다”는 가슴 아픈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동영 의장은 이날 민주당과의 당대당 통합이 가능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반 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며 “인위적 정계개편은 가능하지 않지만 민주개혁 평화세력을 묶을 큰 틀이 필요하며 열린우리당이 단단한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고 건 전 총리와의 연대 여부에 대해 “지난번 만남에서 고 전 총리는 5.31 선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지방선거 이후 협력을 제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영남은 고사하고 수도권도 포기하고 호남에 내려와 선거참패를 모면하기 위한 술수를 부리고 있다”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발”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심지어 “없어질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은 없다”는 조금 ‘심하다’ 싶은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다. 민노당도 연일 우리당 때리기 강도를 높이고 있다.
즉 개혁이라는 자기 운명을 거부한 열린우리당은 이제 그 운을 다하고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는 것.
그런데도 우리당은 이같은 분위기를 반전시킬만한 처방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당이 25일 선거운동을 일시중단하고 국회의원과 당직자, 당고문 등이 참석하는 비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으나, 어떤 특효약이 내려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러다 그나마 기대했던 대전시장 선거마저 놓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만일 대전에서마저 패한다면, 우리당은 전북 지역당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것은 ‘전남 지역당’이라고 치부하면서 자신들이 깨고 나온 민주당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우리나라의 정치발전을 위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민노당 천영세 선대위원장의 “한나라당의 압승보다 무서운 것은 열린우리당이 이번 선거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 그 무능한 생명을 질기게 이어가는 것”이라는 판단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즉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정계개편을 재촉하기 위해서라도 무능한 우리당이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크게 깨지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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