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당선 서울시 불행?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05-25 20:26:00
{ILINK:1}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될 것 같다.
설사 이변이 발생하더라도 당락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오 후보가 정말 다른 정당의 후보들에 비해 뛰어난 가’하는 물음에 선 뜻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의 김종철 후보에게는 물론, 열린우리당의 강금실 후보나 민주당의 박주선 후보에게도 상당히 뒤처진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로 그는 잦은 말실수로 인해 곤경에 처하거나 물의를 빚는가 하면, 도덕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정수기 광고’ 문제로 열린우리당에 의해 선거법 위반혐의로 고소당한데 이어, 25일에는 법무법인 ‘지성’ 문제로 민주노동당에 의해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고발당했다.
또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유세 도중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박근혜 대표님 고맙습니다”라고 외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잇따른 토론회 불참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일도 많았다.
예전 같으면, 당연히 이런 문제들이 이슈가 돼 상당히 곤욕을 치러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오 후보의 이런저런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의 도덕성이나 자질을 검증하려는 언론이나 시민들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마치 ‘탄핵역풍’으로 인해 열린우리당 후보들에게 ‘묻지마 몰표’가 몰리던 때와 흡사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의 의회 쿠데타에 화가 난 국민들은 열린우리당 후보들의 자질이나 능력 따위는 아예 검증조차 하려들지 않고 무조건 적으로 표를 몰아주었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그토록 무능한 열린우리당에 ‘묻지마 표’를 몰아 준 대가를 우리는 지금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세훈 후보에게 그 같은 ‘묻지마 표’가 쏠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무능함에 질린 나머지 한나라당 후보의 자질이나 도덕성에 대해서는 검증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열린우리당이 밉더라도 이것은 아니다.
17대 총선에서 잘못된 투표를 한 대가를 우리가 치러야 했듯이 어쩌면, 5.31 지방선거에 잘못된 투료를 한 대가를 또 다시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려면 유권자들이 스스로 여야 각 정당의 후보들에 대한 자질과 도적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한 후 투표를 해야만 한다.
행여 오세훈 서울시장의 탄생이 불행한 일로 역사에 남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오 후보도 보다 겸손한 마음으로 민심을 헤아리는 일에 전력을 투구해 주기 바란다.
이번에 서울시장에 당선되더라도 그것은 오 후보의 능력이 아니라 ‘무능정부 역풍’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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