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미래를 생각하며
권경석 (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6-06-06 18:17:12
{ILINK:1} 이번 지방선거를 통하여 정권이라는 것은 민심이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돛단배’와 같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바다가 평온할 때는 순풍에 쾌속항진을 할 수 있겠지만, 민심을 거역하여 폭풍우가 몰아치고 성난 파도가 덮칠 때는 파멸을 면치 못함을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이번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정부여당에 대한 준엄한 심판일 뿐 아니라, 한나라당에 대한 경고의 채찍임을 알아야 한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추상같은 심판은 수권정당을 지향하는 한나라당 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4년 전, 지방선거 승리와 대세론에 자만하여 대선패배라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했던 교훈을 가슴깊이 새겨, 냉엄한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분발해야 할 시점이다.
2002년 대선패배는 여권에 의한 ‘김대업의 병풍공작’등 이른바 ‘3대 정치공작’으로 표를 도둑맞은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우리는 본질적 측면에서 반성하는 자세로 그 원인을 찾고 치유방안을 모색하는 냉철하고도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정경유착과 불법정치자금 수수라는 역대정권의 관행을 이어받은 부패정당’ 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된 상태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일명 ‘차떼기’라는 막말이 시중에 통용되어온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특권정당 또는 기득권층 대변 정당이라는 인식문제이다.
한나라당은 두 번에 걸쳐 정권창출에 실패하고 야당의 길을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도부를 비롯한 당의 면면들이 과거 권력을 향유하는 지위에 있었거나 기득(旣得)계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정당이라는 일반적 인식을 불식시키는데 미치지 못하였다. 특히, ‘대쪽이미지’로 대표되던 당총재 측근의 행태는 서민들의 배신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병역비리, 원정출산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에 가까운 비판의 목소리는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세계화 정보화라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탈 이념적 보수노선을 발전시키는데 둔감, 소홀하였다. 수구우익과 건전보수는 완전히 구분되는 개념임에도 이를 혼동하고, 과거 반공 이데올로기와 개발 독재시대의 성장일변도 국가발전 정책노선을 탈피한 대북·대외정책과 경제발전 대책을 제시하는데 실패하였다. DJ정권의 수구 좌파적 노선의 허구성과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경고하는 적극성도 부족하였다.
그 당시 한나라당의 ‘제왕적 총재’의 리더십은 중앙집권적, 획일적 통제위주의 하향식 리더십을 그 특징으로 한다. 당직자들의 관심은 대세론에 함몰되어 당총재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되었고 특히 대선 기간 중 지역구에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권 쟁취를 위하여 2007년 정권쟁취 여부는 한나라당의 존속여부와도 직결된다. 만약 세 번씩이나 국민을 실망시키다면, 무슨 염치로 다음 선거에서 표를 달라고 요구할 것인가? 2007년 대권 쟁취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당직자들의 사활적 과제이다.
무조건 비리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특히 지위와 권한을 사익을 위해 동원하거나 활용해서는 안된다. 야당이라고 해도 당직자들은 공인이며, 특별한 지위에 있는 사람임으로 보통사람보다 유형, 무형으로 특별한 영향력을 미친다. 따라서 보통사람보다 훨씬 더 엄격한 도덕성, 특별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둘째, 실용보수의 기조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보수는 기존의 전통과 가치를 존중하면서 없애야 할 것과 고쳐야 할 것을 없애고 고치는 것이며, 그 이념적 가치는 바람직한 변동에 있으므로 급진적 진보 또는 파괴적 개혁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개혁노선이 바로 실용보수임을 정책노선을 통해 국민에게 분명히 보여 주어야 한다.
셋째, 행동하는 보수정당의 면모를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Noblesse Oblige’는 구호와 선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혁신의 실상을 국민에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청렴과 실용적 보수의 실체를 공·사생활을 통하여 발가벗고 국민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실적을 쌓아야 국민이 신뢰한다.
넷째,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과거 정치적 리더의 개인적 카리스마와 자금, 조직관리, 공천권등과 관련한 독점적 리더십은 이미 구시대적 유물이다. 정보화, 다양화 시대에 부합되도록 분권, 자율, 책임을 극대화 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이를 보장하는 전제조건은 확고하고, 일관된 ‘원칙과 기준이다.’
이제부터 한나라당은 당 지도부 개편과 대권후보경선이 한나라당의 핵심적인 당면현안과제이다. 경선과정에서 갈등과 증오가 쌓여 동지가 원수가 되고, 급기야 당이 갈라진다. 내부로 들어가 보면 이기기 위해 먼저 참모 간에, 지지세력 간의 싸움이 깊어 후보 간으로 확대된다. 아무리 공정한 경선을 강조하고 약속하더라도 지키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제부터 한나라당은 대선후보경선에서 계파간 줄서기와 결과 불복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당내 초선의원들이 결의한 ‘줄 안 서기 다짐’도 그 방안 중의 하나이다.
위 글은 시민일보 6월 7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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