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제가 惡法이라고?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06-13 20:18:13

{ILINK:1} 이번 5.31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압승을 거뒀다.
그런데 압승을 거둔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이 13일 “여당이 충분한 논의 없이 날치기로 주민소환제를 통과시켰다”고 비판하면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는 개정안 발의 이유에 대해 “소민소환제가 주민소환투표 청구사유나 청구자격에 대해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경쟁자의 정치적 선전이나 낙선자에 의한 정치적 보복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정치적 혼란이 초래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필자 역시 낙선자의 정치적 보복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갖고 있다.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주민소환투표 청구사유를 ‘법령을 위반한 행위를 할 때’ 등으로 지나치게 제한할 뿐만 아니라, 주민소환투표 청구인의 자격범위를 축소시켰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주민소환제도의 주민 참여를 보장하는 정신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주민소환제 법률에 청구사유를 제한하게 된다면, 청구 당시부터 위법인지 아닌지를 따져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혼란만 더 가중될 것이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의 말처럼 주민소환제도의 핵심은 선출직 공직자의 부패, 무능, 독선, 전횡을 주민의 힘에 의해 견제한다는 것이다. 주민소환여부의 시작부터 주민소환투표까지 주민들의 판단을 맡기며, 주민들이 바로 지방자치의 주인이 되도록 만드는 제도라는 말이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주민의 참정권을 축소하는 것은 곤란하다. 특히 다른 정당에 관련된 이들의 주민소환 참여를 과도하게 막는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옳지 않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우려되는 주민소환제의 남발을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인가.

있다. 아주 간단하다.

앞서 필자가 제안한대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등이 전면에 서서 ‘로컬거버넌스’를 구성, 운영하면 된다. 지자체의 권력을 독점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욕심만 버린다면 이는 쉽게 가능한 일이다.

즉 주민소환제의 남발을 주민들 스스로 막을 수 있도록 ‘로컬거버넌스’를 구성하면 된다는 말이다.

어려운 선거관문을 통과해 쟁취한 권력을 주민들에게 나눠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그로 인해 초래된 잘못에 대해서는 주민소환제라는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한나라당은 진정한 주민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주민소환제 등 주민참여제도를 신중하게 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각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거버넌스’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주민참여 자치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기를 바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