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有口無言 수상타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06-27 19:56:43
{ILINK:1} 아무래도 수상하다.
한나라당은 지난 5.31 지방선거 당시 김덕룡·박성범 두 중진급 의원을 공천헌금 수수명목으로 검찰에 수사의뢰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이들 의원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한나라당이 정말 변하고 있다’는 판단아래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당의 고발조치가 진실을 규명해 당의 깨끗한 공천의지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것으로 믿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뭔가 음습한 냄새가 짙게 풍긴다. 우선 한나라당이 공천헌금 21만달러를 받았다고 믿고 검찰에 고발한 박성범 의원의 경우, 검찰수사 결과 다음날 즉시 달러를 되돌려 준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클린센터와 사무총장실에서 공천헌금을 줬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무려 한 달 가까이 머리를 맞대고 있으면서도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좋다. 한나라당이 무능하거나, 아니면 수사권이 없어서 진실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치자.
하지만 그 기간 동안 같은 당 소속의 박 의원을 부르지 않고, 음해한 사람만 따로 불러서 흥정을 벌인 이유가 무엇인가?
특히 김 의원과 박 의원의 사건은 사안자체가 다르다.
김 의원은 돈 받은 사실 자체를 시인했으나, 박 의원은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결국 박 의원의 말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그래서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어떤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었다는 말이다.
우선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두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한나라당은 7.11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강력한 당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마당이었다. 결국 누군가 이들 두 유력 당권주자를 한칼에 주저앉히기 위해 음모를 꾸민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검사 변호사 출신들이 줄줄이 늘어선 당 클린센터가 뇌물을 주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증거로 제시한 남대문시장 지하상가에서 발행한 간이영수증의 진위를 밝히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저 무능해서라거나 수사권이 없어서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일 박 의원에게 죄가 있다면, 그는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박 의원에게 죄가 없다면, 이는 한 사람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그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아무리 ‘피도 눈물도 없는 곳이 정치’라고 하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서 당권을 거머쥐어야 하는 것인지 참으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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