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파업중인가?

유기준(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6-07-06 20:03:57

지난 5일 새벽, 외신을 통해 긴급히 보도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은 전 세계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러나 북한이 4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던 바로 그 때, 우리나라 TV에서는 월드컵 축구 중계가 한창이었다. 멀게 미국에서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긴급 뉴스로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을 보도 중이었고, 가까운 일본에서는 뉴스 속보로 내용을 전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날이 밝아오면서 들리는 소식에 더욱 기가 막혔다. 북한이 쏘아올린 미사일이 몇 개인지 정확한 내용을 몰라 미국·일본과 엇박자를 내다가 나중에서야 정정 하는 모습이나, 미국이 최고 경계태세에 돌입한 것에 반해 우리는 평상시 단계인 데프콘 Ⅳ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이 믿기 힘들 정도였다.

미사일이 발사되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열린 금융정책협의회에서 이 나라의 재정경제부 차관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인가.

하긴, 노무현 정부가 자주국방을 하겠다고 할 때부터 우리는 이런 결과를 예상했었어야 했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것 같다는 우려에도 연료가 충전되지 않았을 것이며, 아마도 인공위성일 것이라며 일축해 왔던 노무현 정부가 아닌가.

이것이 6자회담의 당사국이며 북한과 마주보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주소이다. 외교적인 대외 협상능력은 상실한지 오래이며, 미국과 일본과의 공조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앞으로 겪게 될 고충이 얼마나 클지 걱정이 앞선다.


이 정부는 걱정이 안 될지 몰라도 이번 미사일 발사로 우리 국민이 입게 될 피해는 실로 크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미래가 불투명해졌으며 어렵게 진행되어 온 개성공단과 관광사업 역시 위축될 것이 자명하다. 무엇보다 협상이 진행 중인 한·미 FTA에서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를 거론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어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사일이 발사되면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무디스의 입장과 북한 위협 통제 가능성을 신용등급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의 대외신인도가 악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더불어, 미국·일본의 대북제재 조치가 예상보다 강경해 북한 제품의 원자재 수입, 금융거래, 투자, 대북송금 등에 높은 수위의 제재가 취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제발 노무현 정부가 이런 상황을 깨달아 사후처리에라도 만전을 기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국가안보에 대하여 파업을 철회해야 한다. 이번 미사일 발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한 정부의 대안마련에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위 글은 시민일보 7월7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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