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벼슬 아니다”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07-18 19:23:54

{ILINK:1} 서울 노원구의 이노근 구청장은 “구청장을 벼슬 개념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구청장은 어디까지나 직급이며, 역할이라는 게 이노근 구청장의 지론이다.

그의 생각이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당선 이후 그의 행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 구청장은 당선 직후 서울시 전 부서를 돌면서 ‘세일즈’를 하는가 하면, 취임식 당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식에 참석했다가 곧바로 돌아와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공무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이 구청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칼국수나 냉면 등 5000원 정도의 저렴한 식사를 고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가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취임 축하 메시지에 대한 답글을 직접 써서 올린 부분.

공직협과 구청장은 갈등을 빚는 관계로 인식되기 일쑤인데, 이 구청장의 세일즈 솜씨(?)가 공직협 공략에 성공한 정황이 나타난 것이다.

이 구청장은 공직협 게시판에 올린 답글에서 “열심히 일하고 요령부리지 않는 성실하고 진취적으로 일하는 공무원들이 발전하는 풍토를 조성하려 합니다. 구청장은 계급이 아니고 직급이며 역할입니다. 상호 보직은 권한과 책임이며 권위와 권세가 아닙니다. 맡은바 소임에서 직무에 열중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당부의 글을 남겨 관계자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연고와 학연, 지연 등의 관행에서 탈피, 일로써 모든 것을 평가하겠다는 이 구청장의 의지에 대해 대다수 직원들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공직협 정대용 회장은 “구청장께서 인사 등 모든 것을 일 중심으로 하겠다고 언급해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답글을 바로 줘 감사드린다”며 “이는 권위주의가 사라지고 직원과 동등한 입장에서 모든 것을 풀어 나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돼 환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구청장의 파격적인 행보는 서울시 출입기자들의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당선 직후 25개 구청장 가운데 가장 먼저 수행자 한명 없이 시청을 찾아 ‘잘 부탁 한다’며 인사를 건네는 부지런한 모습을 보여 출입기자들이 혀를 내둘렀다는 것.

하지만 서민적인 외양만으로 이 구청장을 ‘호락호락’하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그가 품고 있는 ‘카리스마의 위력’ 때문이다.

이와 관련, 노원구의 한 공보 담당 직원은 “이노근 구청장은 자상하며 형식과 겉치레를 싫어한다. 부드러우면서 서민적이고 소탈하다. 그러나 날카로운 분석력과 강력한 추진력 앞에는 과감한 그의 결단력이 어김없이 발휘된다. 불도저같은 저돌성에서 그의 카리스마를 만나게 되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이고 보면 서울의 변방 노원구가 새로운 선장 이노근을 만나면서 어떤 항로를 선택하게 될지 지켜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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