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시·도시사들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07-20 19:24:20

{ILINK:1} 전국 시도지사들이 자신들의 “연봉을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니, 참으로 철없는 사람들이다.

‘한겨레 신문’보도에 따르면 ‘전국 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 13일 실무협의회를 통과한 연봉액 상향 조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라는 데, 이 안은 경기도가 제출한 것으로 현 차관급 연봉을 장관급으로 격상 시키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는 것.

지난 13일이라면 5·31 지방선거가 후 한 달간의 업무인수인계를 마친 뒤 7월 1일 취임, 실제 업무에 들어간 것은 불과 2주가 채 안 되는 시점이다.

더구나 전국이 물난리로 아수라장이 된 시점 아니던가.

이런 상황에서 구멍 난 국가방재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과 대안마련을 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어도 시원찮을 판에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했다니, 과연 이런 시·도지사들을 믿고 앞으로 4년을 어떻게 견디어 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이들은 불과 2개월 전만해도 “파탄 난 서민 경제”를 운운하며, 이른바 ‘중앙정부 심판론’을 들고 5.31 선거에 나왔던 사람들이다.

당시 자신이 시·도지사에 당선되면 자신의 지역구 시·도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처럼 떠들어 대지 않은 사람이 과연 한 사람이라도 있었던가?

모두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시·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을 것이다.

그런데 수마로 하루아침에 생명과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시·도민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들의 밥그릇부터 챙기겠다니 어찌 이들을 “철없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는 철없는 정도의 차원을 넘어 시·도민들로 하여금 분노를 느끼게 하는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서민들이 매우 힘들어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임기를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자신들의 연봉을 올리려고 하는가.

경기도 관계자의 주장처럼 “전직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거친 뒤 시·도지사에 선출된 만큼 격에 맞게 연봉을 올려야 한다”는 데 대해 동의하는 시.도지사가 누구인가.

그렇다면, 정말 과거 국회의원, 장관급 시절의 그 처우가 그리웠다면, “무엇 때문에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시·도지사에 출마했느냐”고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국회의원과 달리 단체장은 봉급 이외에 판공비나 다양한 직무수행 경비가 지급되고 있지 않는가. 굳이 연봉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명분이 없다는 말이다.

그것도 모자란다면, 참으로 이상하다. 혹시 뒷구멍으로 쓸 ‘뭉텅이 부패자금’을 마련하려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자금의 상당수가 기자들 ‘입막음용’으로 사용된다는 소문이고 보면, 시·도청 출입기자들은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러다 행여 잘못 먹어 체하는 기자들이 민선4기 시절에 대거 속출하는 것이나 아닌지 참으로 걱정된다. 아무튼 시·도지사협의회는 ‘연봉상향’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맡은바 본연의 임무에나 충실해 주기를 당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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