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중잣대
송 영 길(열린우리당 의원)
시민일보
| 2006-08-01 19:39:00
중동의 핵심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문제이다.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침략을 반대하여 바그다드를 방문하였을 때 바그다드대학 앞 거리에서 만난 학생들의 이야기가 지금도 귓전을 때린다.
왜 후세인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말했다. 팔레스타인 형제들이 이스라엘의 일방적 공격에 피흘릴 때 이와 함께 싸워줄 사람이 후세인이라는 것이다. 왜 알카에다와 알자르카위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고립되지 못하고 대중속의 지지를 만들어가는가. 무슬림 청년들의 자생적인 저항조직가입이 왜 계속되고 있는가. 테러를 막겠다는 이라크전이 예상대로 테러를 강화시키고 훈련시키는 거대한 실전 양성소로 발전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레바논 남부마을 카나지역의 이스라엘 폭격으로 천사와 같은 어린생명들이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다. 죄없는 레바논 백성들이 애꿎은 죽음을 당하고 삶의 보금자리가 폭격으로 무너지고 있다. 이들이 느끼는 공포와 분노의 절규가 애절하게 들려온다. 이란과 시리아의 후원을 받는 헤즈볼라의 민간인 지역에 대한 로켓공격 때문이라는 말로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민간지역 폭격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다.
팔레스타인에서 무장세력이었던 하마스가 다수득표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스라엘의 강경대응은 극단적 이슬람주의 세력의 대중적 토대를 강화시킬 뿐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주장하며 미국적 가치의 확산을 꾀하는 부시행정부의 대중동정책은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져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헤즈볼라에 대해 부정적이던 친미 아랍국가들도 점증하는 아랍주민들의 반이스라엘, 반미국 정서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카나지역의 폭격으로 인한 어린애들의 죽음은 전세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하면서 북한인권보호를 위해 미국정부의 적극개입을 촉구하는 수많은 네오콘과 극우세력들은 바로 지금 이시간에 무고하게 죽어가고 있는 레바논 민중들의 생존권보호에 나서야 한다. 미국은 즉각 이스라엘의 공습중단을 촉구하고 유엔안보리를 통한 이스라엘제재에 나서야 한다.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실험발사에 대해 유엔안보리를 통한 신속한 제재결의에 나선 것 처럼 이스라엘의 레바논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부시행정부가 강조하는 ‘free world, spread of democracy’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된 권력인 팔레스타인 하마스정부와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이란의 아흐메드네자디 정권에 대해 봉건전제권력이 선출되지 않는 왕 사우디, 요르단, 독재자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이 미국의 동맹세력이 되어 공격을 하고 있다는 아랍언론의 비판적 지적이 있다. 미국이 소위 선제공격을 통해서라도 확산시키고자 하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실체가 아랍인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돌이켜 보아야 할 시점이다.
위글은 시민일보 8월2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