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민주적 절차 중요성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08-11 17:53:08
{ILINK:1}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청계천 상징조형물 ‘SPRING(스프링)’의 준공식이 결국 이달 말 개최된다고 한다.
시민들의 축하 속에 이루어져야할 준공식이지만, 오히려 준공 소식에 씁쓸함이 감도는 것은 왜일까?
사실 지난해 11월 선정돼 설치에 들어간 스프링은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가 많다.
문화연대를 비롯해 문화우리, 미술인회의, 민족미술인협회, 한국미술협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 ‘청계광장 공공미술작품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반대운동을 펼쳐온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팝아티스트인 올덴버그의 작품이 청계천의 역사성과 상징성에 어울리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올덴버그의 작품이라는 것이 고작 쌍안경, 아이스크림, 빨래집게 등을 수천 배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그의 작품은 ‘산업자본주의에 대한 찬가’라는 혹평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청계천 복원의 역사적, 생태적, 문화적 의미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선정과정의 비민주적 절차다.
실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조형물 작가 선정과정, 절차 등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대책위가 “밀실에서 이루어진 청계천 조형물 조성사업은 오히려 청계천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퇴색시킬 뿐”이라며, 정보공개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 시장은 이를 묵살하고 말았다.
올덴버그와 같이 유명한 작가의 조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투입되는 예산이 막대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 전 시장은 그 선정절차와 기준 등에 대한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이 다만 그 결과만 발표하고 말았으니, 그의 독선이 지나쳐도 보통 지나친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전 시장 특유의 밀실행정,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여지없이 드러낸 전형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쨌든 그의 뜻대로 ‘스프링’ 준공식이 눈앞에 다가왔다.
대책위도 “이제 와서 이를 백지화하라고 요구하기도 어렵게 됐다”고 토로하는 마당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 전 시장은 지금쯤 자신이 승리했다며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이 전 시장이 승자인가’하는 데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청계천 조형물은 ‘서울의 랜드마크’가 아니라 이명박 전 시장의 밀실행정,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전 시장은 승자가 아니라, ‘패자’로 기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를 거울삼아, 행정의 ‘민주적 절차’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고 이를 중시하는 단체장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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