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이대론 안된다
고 경 화(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6-08-28 19:51:22
불량만두, 뇌졸중유발 감기약 방치, 납·기생충 김치 파문, 의약품 임상실험 조작 사건, 사상 최고의 급식사고와 원인규명 실패, 명퇴 직원 절반이 유관기관 낙하산….
2004년부터 올해까지 2년 사이에 식약청이 이른바 ‘사고 친’ 주요 사건들의 목록이다.
이처럼 식약청이 연이어 식품·의약품 안전사고를 야기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간단하게 무능, 경솔함, 나태, 무사안일, 방만함을 꼽아볼 수 있겠다.
먼저 식약청의 무능함과 경솔함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가 중국산 납 김치 사건과 올해 대형급식사고이다.
지난 해 본인이 중국산 김치에서 납이 최고 0.57ppm까지 검출되었다고 발표하였을 때 식약청은 김치의 안전기준치조차 없는 상황에서 즉각 0.57ppm이 먹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안전한 수준이라고 발표를 했다.
그러나 정작 식약청은 김치에 대한 수거 검사와 수차례 전문가 협의를 거쳐서 올해 초 김치의 안전기준을 0.5ppm으로 발표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일단 사태를 무마하고 보자고 검증도 안 된 자료를 발표하는 무능과 경솔함이다.
올해 급식사고에서도 3000여명이 식중독 증세로 고통을 받고 도시락 파동과 결식학생 사태가 속출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감염원인인 음식재료를 역추적해 찾아내는 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변명한다.
올해 터진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 조작사태와 PPA사건은 식약청의 나태함과 무사안일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복제약이 오리지널 약과 효능이 같음을 입증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은 국민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절차다. 오리지널 약과 조금이라도 성분이 달라 약효가 떨어지면 치료기간이 늘어나고, 부작용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복제약 3907개가 나오기까지 식약청이 자발적으로 단속한 실적은 한 건도 없다고 한다
더욱이 이때 조사로 허가를 취소한 약과 성분이 같은데도 상표가 달라 별개의 약인 줄 알고 뒤늦게 허가를 취소하기도 했다. 대체약품 선정이 잘못됐음을 자체적으로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페닐프로판올아민(PPA) 성분 함유 감기약의 위해성을 알면서 4년 가까이 판매금지를 지연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으며, 2005년에 비싼 호텔에서 하룻밤 4700만원을 들여 혁신워크숍을 개최하고 명예퇴직자의 절반이 낙하산으로 유관기관에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보건복지부의 지청 형태로 운영되면서 국민의 실질적인 필요와 욕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업체와 일부 전문가들의 논리에만 매몰되어 국민의 요구에 상응하는 책임행정이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과거의 구태를 벗어던지고 국민의 입장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기관으로 태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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