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제 얘기없는 사회
신 동 우 (강동구청장)
시민일보
| 2006-09-04 18:32:35
청소년 하면 순수와 열정, 반항, 미래 이런 용어들이 붙어 다닌다. 꿈을 키우면서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세상 어느 집단 또는 계층보다 많은 고민과 생각을 갖고 있으나 진정 그들은 말이 없다.
석 달 전에 있었던 선거과정에서 나는 지역 곳곳을 누비면서 보고 느낀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많은 주민이 구정에 대한 자신의 바람을 얘기하고 때로는 비난이나 질책도 늘어놓는다. 그러나 청소년에 관한 것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노인은 노인복지를, 여성은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하는가 하면, 장애인은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고충을 털어놓는다.
어린이를 둔 어머니는 좋은 어린이집에 질높은 보육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청을 한다. 그러나 청소년에 대한 얘기를 꺼내 놓는 사람은 만나보기 어렵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한 서울시 통계 자료를 보면 서울에 사는 10대 인구비율이 12.5%를 차지한다. 당연히 적은 인구도 아니고 일부 계층도 아니다.
이런 구성비에도 청소년에 대한 시책들은 크게 ‘눈에 띄는 게’ 없다. 혹시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공부만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이 든다. 삶에서 중요한 단계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의 문화와 시설을 어떻게 해야 풀어볼 수 있을까.
첫째, 생각있는 어른이 그들을 대변해야 한다. 청소년은 정부에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을 말할 줄도 모르고 전달하는 방법도 모르는 취약계층인 셈이다.
둘째, 청소년이 즐길만한 시설과 문화 등 청소년 인프라구축에 지방정부가 나서야 한다.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명문대 입학과 같은 입시문제에만 청소년들의 관심을 한정시키려고 한다.
늦은 밤까지 이 학원 저 학원을 오가는 그들이 잠시 책을 접어 두고 그들끼리 어울려 마음껏 끼를 발산할 만한 운동시설이나 문화프로그램이 드물다. 자치센터와 공공시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강좌를 늘리고 청소년 회관 같은 시설에는 어른이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 또 의무화된 자원봉사시간을 즐겁고 보람 있게 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셋째, 청소년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서울의 25개 자치구의 예산규모로 보면 산술적으로 주민 한 명당 평균 50만원이 조금 넘는 액수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별도로 짜여진 예산은 많다는 구가 청소년 한 명당 1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고 적은 구는 1500원에 불과하다. 평균 4000원 꼴이다. 이 돈으로 ‘어떻게 그들이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겠는가’이다.
구 재정여건이 어렵고 해야 할 일들도 많지만 챙겨주는 이 없는 청소년에게 구청이 나서고 학교도 나서고 주민도 뜻을 보태야 한다.
청소년을 소홀히 해서는 나라의 장래가 없다. 그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하고 커져가는 몸과 마음에 맞는 문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다. 그러다보니 PC방을 찾고 인터넷 중독에 걸리기도 한다.
밖으로 내몰리는 그들에게 어른들이 공간을 나눠 가져야 한다. 그리고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이 도시 전체가 그들에게 꿈을 주고 그들이 잘 자랄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며 청소년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