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으니, 惡緣도 끝내시지오

시민일보

| 2006-09-07 18:22:07

{ILINK:1} 여권 실세 중의 실세로 꼽히는 문희상 열린우리당 고문과 홍문종 전 의원의 악연은 참으로 모질다.
문희상 의원과 홍문종 전 의원은 ‘의정부 정치’의 양대 축으로서 경기 의정부 정치권의 영원한 경쟁자이자 맞수로 불리고 있다. 실제 이들은 지난 15대 총선 이후 4번 선거에서 맞붙어 2대2 무승부를 기록할 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이쯤 되면 문 의원에게 있어서는 홍 전 의원이, 홍 전 의원에게 있어서는 문 의원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대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문 의원이 선거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계류 중인 홍 전 의원을 아예 제거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는 소문이 의정부 지역에 파다하다.

실제 시민일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문희상 의원은 지난달 28일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서울고등법원 제10형사부에 자신의 정적인 홍문종 전 의원에게 사실상 ‘중형’을 선고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같은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집권당 당의장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문 의원은 당의장 재임 중에도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당시 그는 장장 20여장의 의견서를 통해 “피고인 홍문종에 대하여는 선고를 유예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제1심판결보다 훨씬 더 엄하게 처벌하여야 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엄한 형을 선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당시 문 의장은 어떤 위치에 있던 사람인가.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초대비서실장을 지낸 이후 집권당의 당 의장에까지 오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의견서’라는 이름으로 “엄하게 처벌해달라”고 요구하는 데 그것을 압력으로 느끼지 않을 수 있는 배짱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이에 대해 문 의원측은 “의견서는 누구나 낼 수 있는 것”이라면서 “의견반영 여부는 전적으로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압력용 의견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문 의원 측의 주장처럼 의견서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원에 전하고픈 말이 있을 경우 탄원서나 진정서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 의원처럼 개인 의견서를 별도로 제출하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도의적으로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문 의원 자신도 지난 2001년 1심에서 부인 김양숙씨가 선거법 위반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했으나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 전력이 있다.
그렇다면 문 의원은 “선거가 끝나면 낙선자 및 선거참여자의 중대한 법 위반 사실이 흐지부지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홍문종 전 의원에게 ‘정당한 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구할 자격이 없는 사람 아니겠는가.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생각에서 이 같은 의견서를 냈다면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다.

특히 당시 홍 전 의원에게 250만원의 중형을 선고했던 2심의 전모 부장판사가 이후 대법관으로 영전(?)함에따라 ‘코드인사’ 혹은 ‘보은인사’라는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사실 이같은 의혹을 갖게 한 것은 누구보다도 문 의원 자신에게 있다.
문 의원은 여당 당의장 재임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법 위반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해 서울고법의 2심 선고공판을 기다리고 있는 같은 당 강성종 의원으로부터 재판 사건번호와 재판관·주심판사의 이름이 적혀있는 쪽지를 전달 받아 읽고 있는 장면이 한 일간지에 실려 논란의 중심에 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압력을 사법부에 행사했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여하간 그런 일이 있고나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항소심에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던 강성종 의원이 달랑 80만원만 선고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당시 다른 야당의원들은 항소심에서 강 의원의 벌금 800만원보다 더 적은 벌금형을 받았었으나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이 선고됐었다.
따라서 그 의심의 눈초리가 모두 문 의원에게 쏠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여하간 이제 선거가 끝난 마당이다. 의정부 지역 주민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서로 화해하기를 바라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고소를 취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구나 승자의 아량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처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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