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가 있는 행정이라면 “NO”

고하승 국장

시민일보

| 2006-09-10 18:15:28

{ILINK:1} 서울시와 서울구청장협의는 최근 시-구통합인사교류안에 서로 합의했다. 물론 이는 매우 바람직한 안이다.

이로 인해 하위직의 적체된 인사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또한 한곳에 오래 머물다보면 게을러지게 마련이지만, 통합인사로 인해 자기발전을 도모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방안이라도 ‘왕따’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현재 서울시와 구청장협의회가 합의한 안은 그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말썽을 빚고 있다.
바로 통합인사교류안에서 용산구를 ‘왕따’시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울지역본부는 지난 7일 “하위직 볼모로 한 파행인사를 규탄한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용산구 인사배제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서울시와 구청장협의회의 인사만행 횡포로 인해 용산구 공무원들만이 배제된 이번 인사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위직 인사권한에 대한 서울시장과 자치구청장들의 밥그릇 싸움일 뿐”이라며 “결국 열심히 일하는 하위직 공무원들만 고스란히 부당한 피해를 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서울본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3시 40분 경 공무원노조의 면담요구가 받아들여져 서울본부 사무처장 및 용산구지부장 외 5인의 대표단이 서울시청 행정관리국장과 면담을 진행했다”면서 “면담을 통해 행정관리국장은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현재 6급 이하의 하위직 공무원들은 짧게는 5~6년 길게는 13~14년씩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하게 근무해야만 겨우 한 계급 승진을 바라 볼 수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2006년 10월2일 예정인 서울시 기술직 승진, 전보 교류에서 25자치구 중 단지 용산구청에 근무한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승진에서 배제당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물론 일차적으로 박장규 용산 구청장에게 책임이 있다고는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도 파행인사에 대한 책임을 면키는 어려울 것이다.

우선 박 구청장의 무모한 부구청장 승진 인사가 이번 사건의 주요 요인이라는 점에서 질책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실제 박장규 구청장은 4급 공무원 가운데 한 사람을 3급 부구청장으로 승진시키고 말았다.
물론 박 구청장은 부구청장의 임명은 지방자치법 제101조 제4항에 의거 자치구청장의 고유권한으로서 이미 ▲지난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총 11명의 자체 부구청장 승진이 있었고 ▲용산구는 지난 6월26일 자체 승진을 위해 구청장협의회장(은평구청장)에게 동의요청을 했으나, 아무런 회신이 없어 전례에 따라 7월4일 부구청장 승진을 시행했다면 ‘법대로’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용산구의 6급 이하 수많은 직원들이 피해를 본다면 그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장규 구청장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나마 부구청장을 대기발령(보직해임)시켰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부구청장 직대 전입 및 국장 중 1명에 대해 전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공무원노조의 힘겨운 투쟁이 없었다면 이같은 결실을 맺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의 수장으로서 이같은 사실이 발생할 것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막았어야 옳았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해도 소외되는 사람이 발생하는 행정은 결코 좋은 행정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오 시장의 향후 역점 사업 가운데 행여 소외되는 시민들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사업이라면, 재고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지금 오 시장은 각 자치구를 순회하면서 구의 현안을 직접 듣고, 주민숙원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지시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실제 은평구 ‘기자촌’을 뉴타운개발지에 포함시키기로 약속하는가하면, 1년에 200일 이상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인 도림천을 생태하천으로 개발하는 등 각종 약속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또 어떤 새로운 약속을 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다수의 시민들이 그로 인해 이익을 받더라도, 소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 가는 그런 약속이라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부디 오 시장이 재임하는 기간 동안에는 서울시의 행정에서 ‘왕따’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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