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바꿔치기는 명백한 범죄행위
고 승 기(덕적파출소 경사)
시민일보
| 2006-09-13 20:24:50
유년기를 시골에서 보낸 사람이라면 수박과 참외를 서리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동네 아저씨의 수박밭에 들어가 서리하기 위해 우선 아이들과 몇시에 만날 것인지를 결정하고 망을 볼 아이를 우선 결정한다. 결정이 모두 끝나면 약속장소에 모여 서리 장소로 이동한 뒤 계획된 대로 서리가 시작된다.
서리가 시작되면 망을 보는 아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수박밭을 기어들어가 수박 한 통씩을 안고 수박밭을 빠져 나온다.
그리고는 뒷산 중턱에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무용담을 털어 놓고는 함박 웃음을 짓으며 수박을 먹곤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동네 아저씨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상황이면 모든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아이들은 잡히지 않으려고 수박밭을 뛰고 그 순간 수박들은 잘익은 수박에 서리 맞은 꼴로 엉망이 되어 버린다.
이럴 경우 잡히면 큰 일이다. 아저씨에 잡히면 부모님께 끌려가 혼나기 때문이다. 이때만 해도 나이가 어려 아저씨에게 잡히면 도망가지 못하고 걸린 것이 혼나는 이유로 생각해 “다음에는 잡히지 말아야지”하는 다짐을 하곤 했다.
참 철없던 시절의 추억이다. 지금도 아저씨를 만나면 다짐하던 옛 생각에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그런데 이런 철없는 짓들을 나이가 들어서도 하는 어이없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의 모병원에서 교통사고 환자를 대상으로 최근 3개월간 사고원인을 조사한 결과 졸음운전34%, 음주·무면허운전 31%, 신호위반16%, 과속13%의 순으로 나타났다.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을 때 종합보험이 적용이 안된다는 이유로 급한 마음에 동승자와 운전사실을 바꿔치기 하는 경우를 일선현장에서 가끔씩 접하게 된다.
그것은 위험한 행위이다. 한마디로 보험회사에 대한 보험사기죄가 적용되고 경찰조사에서 자기가 범인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실제 범인을 빼돌린 것이 되어 범인도피죄에 해당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운전자 바꿔치기는 대부분 탄로가 나기 때문에 사고당사자들이 현장검증이나 조사과정에서 ‘어! 저사람안닌데!’하거나 가해자가 사고상황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해 들통이 나게 된다.
단순한 무면허 운전은 벌금형에 불구속에 처해지지만, 친구를 도와준다고 운전자를 바꿔치기 하면 둘다 구속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우정 때문에 전과자로 전략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철없는 때의 장난은 단지 수박 서리하고 아저씨에게 혼나는 것으로 끝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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