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육개혁의 섬이되고 말텐가

안 민 석(열린우리당 의원)

시민일보

| 2006-09-17 19:42:05

최근에 발표된 서울대 입시안과 그로 인한 갈등 상황은 우리 교육을 이토록 위기로 몰고온 원인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교육부는 2004년에 2008년 이후 대입제도를 발표하면서 ‘내신 중심’을 강조하며,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서울대는 그런 교육부를 비웃으며 논술비중을 확대한 2008년 입시안을 발표했다. 이후 주요 대학들이 줄줄이 논술 비중 강화 입시안을 내놓으며,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긴장에 빠뜨리고 있다. 서울대는 정시모집의 경우 2단계 평가에서 내신 비율을 40%에서 50%로 확대한다고 했지만 2006학년도 2007학년도 정시모집에서 학생부의 실질 반영률이 2.28%로 극히 미미한 점을 감안할 때 실질 반영률을 높이려는 별도의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입시안은 별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연계와 인문계에서는 각각 0%, 10%에서 30%로 대폭 높였으며, 특기자 전형은 논술·면접 비중이 50%나 됨으로써 실제 당락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입시안과 서울대 입시안이 따로 놀았고 서울대의 입시안이 곧 실질적인 입시안으로 여겨져왔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중등교육이야 어찌되던 말건 줄을 세워 뽑기 좋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이기적이고 오만한 서울대 입시 전형이 줄곧 대한민국 공교육을 망쳐왔음을 서울대는 애써 인식하려 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인재를 찾기 위한 노력보다 자신들이 정한 방식으로 줄을 세우는 것이 지금껏 누려온 국내 제1의 대학이라는 기득권을 놓치지 않는데 훨씬 손쉬운 방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문연구를 통한 대학간 경쟁보다는 공부 잘하는 엘리트를 많이 입학시키는 것에 중심을 두고 위상을 인정받으려 하는 한 서울대는 물론 뒤를 쫓는 우리 대학의 미래는 없다. 서울대 도서관에는 고시와 공무원, 각종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넘쳐나고 있다. 고급 공무원과 전문직에서는 여전히 서울대 파워가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서울대 도서관의 풍경과 맥을 함께하고 있다.

학문연구보다 고시공부에 매달려도 누구나 쉽게 졸업할 수 있는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지독한 아이러니다. 학문연구를 통한 사회 ‘기여’보다 사회 요직에 진출한 인맥 파워를 통한 우리 사회의 ‘장악’에 힘쓰는 대학들이 세계적인 대학 앞에 서면 오그라드는 모습은 웃지 못할 희극에 가깝다. 서울대는 무너져가는 우리 교육을 살리기 위한 사회 구성원들의 고민이 깊어질수록 서울대를 바라보는 냉엄한 눈초리도 늘어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대는 더 이상 교육개혁의 섬이 되어 스스로를 가두기 보다 교육개혁을 위한 대토론과 대화합의 광장에서 국민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 서울대 교정에서 젊은 꿈을 키웠고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남아있는 진한 애정에서 우러나오는 충고를 진심으로 곱씹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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