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노 불법해소 위해 위법처리?
시민일보
| 2006-09-24 20:24:34
{ILINK:1} 행정자치부의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사무실 폐쇄 지침에 따라 22일 새벽부터 전국에 걸쳐 전공노 사무실에 대한 강제폐쇄조치가 이뤄졌다.
이날 새벽 6시께 전공노 서울 구로구지부 사무실이 강제폐쇄된 것을 시작으로 인천, 부산, 경남 등 전국 30여 곳의 전공노 사무실들에 대한 정부의 강제 폐쇄작업이 속속 진행돼 무려 105곳의 지부 사무실이 폐쇄됐다.
행자부가 이같은 지침을 내린 이유는 ‘불법해소’다.
그런데 정부가 강제로 지부 사무실을 폐쇄하는 그날 204명의 변호사, 교수, 공인노무사 등 법률 전문가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전공노가 설립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단체라고 하는 것은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며 “더욱이 정부의 노조 사무실 폐쇄 행정대집행 처분은 법률적 근거가 없는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즉 행자부의 ‘불법해소’차원에서 이뤄진 사무실 강제폐쇄조치는 ‘위법’이라는 것이다.
앞서 행자부는 “합법적인 노조 설립을 통한 노조활동이 보장돼 있는데도 전공노가 선거개입과 을지훈련 폐지 요구 등 불법을 저질러 왔기 때문에 불법해소 차원에서 사무실 강제폐쇄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공인노무사 84명, 교수 55명, 변호사 56명 등 204명의 법률 전문가들은 이날 정부의 행정대집행 조치에 대해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서울 중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갖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공노 사무실에 대한 강제폐쇄 조치는 지난 1980년 전두환 정권이 청계 피복노조 사무실을 망치로 때려 부수던 일을 연상시킨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소위 ‘참여정부`에서 버젓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전국 140여 곳에서 동시에 노조 사무실이 폐쇄되는 일은 전두환 정권 때보다 더 무자비한 노조탄압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설립 후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신고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법단체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게 이들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법률전문가인 이들은 또 노조 설립신고 여부는 노조의 자율 보장이라는 노동법의 기본상식임에도 행자부가 전공노를 불법단체로 몰아가는 것은 정부의 법률적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즉 전공노가 불법단체가 아니라 오히려 행자부의 전공노 사무실 폐쇄 지침이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정부의 행정대집행이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행위`라고 지적하는 것일까?
우선 행정대집행법 제2조는 ‘타인이 대신해 행할 수 있는 행위(대체적 작위 의무)`이거나 ‘불이행을 방치함이 심히 공익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행정대집행 처분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이 2가지 요건 중 하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노조 사무실 폐쇄 건의 경우 행정대집행의 요건 2가지 모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실제 행정대집행의 첫 번째 조건인 ‘대체적 작위 의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의 근거는 지난 1998년 10월의 대법원 판례에서 불수 있다.
1998년 당시 대법원은 이번 사건과 같이 노조 사무실의 점유를 배제하고 이전하는 것은 대체적 작위 의무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므로 행정대집행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는 것.
또 두 번째 요건인 ‘공익을 심각하게 해하는 경우`와 관련해서도 이번 건은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즉 노조가 사무실을 계속 사용한다고 당장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닌 만큼 이번 건이 공익에 심각한 해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춘천지방법원이 지난 20일 전공노 원주지부가 낸 행정대집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노조 사무실 폐쇄는 행정대집행을 해야 할 중대한 공익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예가 있다.
사실 전공노는 이미 지난 5년 간 각 지자체와 합의를 통해 사무실을 평화적으로 사용해 왔다. 따라서 이번 사무실 폐쇄는 형법 상 직권남용죄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노조 사무실을 무단으로 침입한 주거침입죄에 해당된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불법해소’라는 명분을 앞세워 ‘위법한 행위’를 했다는 뜻이 되고, 전공노는 정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행정소송과 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 뻔하다.
결국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몫으로 남게 될 것 아니겠는가.
만일 이같은 결과가 실제로 나타난다면, 시민들이 나서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운동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을까?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