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물 ‘스프링’은 ‘이명박 독선’의 상징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09-28 19:55:33
{ILINK:1} 끝내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청계천 상징조형물 ‘SPRING(스프링)’의 준공식이 29일 열리게 됐다.
높이 20m, 9톤 무게의 거대한 다슬기 모양의 이 조형물을 설치한 클라스 올덴버그도 준공식에 참여하기 위해 28일 방한했다.
그는 서울에서 자신의 작품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전세계에 40여 작품을 설치하면서 많은 논쟁이 오고 갔었다”며 “우리의 작품에 논쟁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문화연대를 비롯해 문화우리, 미술인회의, 민족미술인협회, 한국미술협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의 단체가 모여 ‘청계광장 공공미술작품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반대운동을 펼쳐왔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팝아티스트인 올덴버그의 작품이 청계천의 역사성과 상징성에 어울리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올덴버그의 작품이라는 것이 고작 쌍안경, 아이스크림, 빨래집게 등을 수천 배 확대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의 작품은 ‘산업자본주의에 대한 찬가’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청계천 복원의 역사적, 생태적, 문화적 의미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덴버그는 자신의 조형물에 대해 “한국을 상징하는 파랑색과 빨간색, 도자기를 상징하는 노란색을 이용, 세 가지 색의 조화로 우주와의 조화를 의미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는 또 “스프링 조형물은 다이나믹하고 수직적인 느낌을 연출, 복개된 청계천의 샘솟는 모양과 서울의 발전을 상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프링’이란 이름에 대해서도 올덴버그는 “봄과 용수철, 그리고 탄생이라는 단어의 스프링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면서 “이 곳이 원류는 아니지만 물의 원천이라 보고 삼각뿔이 솟아올라 하늘과 맞닿은 물의 시작과 물을 의미하는 보름달을 형상화 했다”고 말했다.
대책위의 비난이나 올덴버그의 설명이나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따라서 필자는 ‘스프링’이라는 작품성에 대해서는 굳이 논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서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선정 과정의 비민주적 절차다.
특히 대책위가 “밀실에서 이루어진 청계천 조형물 조성사업은 오히려 청계천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퇴색시킬 뿐”이라며, 정보공개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 시장은 이를 묵살하고 말았다.
필자는 이 전 시장과 올덴버그가 어떤 관계인지 모른다. 또 둘 사이에 어떤 묵계가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둘이 아무리 가까운 사이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자는 묵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일을 그렇게 처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앞서 필자가 본란에서 지적했듯이 올덴버그와 같이 유명한 작가의 조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것이다. 그 예산은 이명박 전 시장의 개인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만든 정말 ‘피 같은 돈’이다.
따라서 시민들은 올덴버그가 작가로 선정된 과정과 절차 등에 대해 상세하게 알 권리가 있다.
그런데도 이 전 시장은 그 선정절차와 기준 등에 대한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이 다만 그 결과만 발표하고 말았다.
마치 “내가 작가를 선정했으니, 너희는 그렇게 알고 입 다물어라”하는 것과 같다. 세상에 독선도 이런 독선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이는 이명박 전 시장 특유의 밀실행정,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여지없이 드러낸 전형적인 사례로, 결국 ‘스프링’이라는 작품은 ‘서울의 랜드마크’가 아니라 ‘이명박 독선’을 상싱하는 조형물로 남게 될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를 거울삼아 행정의 ‘민주적 절차’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고, 독선적인 행정을 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특히 오 시장은 비록 때가 늦었더라도, 올덴버그가 작가로 선정된 경위와 절차, 과정 등을 파악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해 주기 바란다. 만일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결과가 객관적이지 않았다면 오 시장이 이 전 시장을 대신해 서울시민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 그것이 실추된 서울시정의 신뢰를 회복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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