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행위자’를 묵과할 것인가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10-01 16:48:11

{ILINK:1} 열린우리당이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방식으로 100% 국민참여 방식의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제) 도입을 사실상 확정했다.

그런데 이 불똥이 급기야 한나라당에게까지 튀고 말았다. 실제 한나라당 내에서도 `오픈 프라이머리’ 찬반양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가하면, 이 과정에서 상호 원색적인 비난전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당내 대권주자들의 입장도 찬반양론으로 확연하게 나누어져 있다.

우선 독일을 방문 중인 박근혜 전 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해 “당원들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1일 오찬을 겸해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당이 국민의 열망을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말로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즉 박 전 대표는 ‘당원의 결정’을 강조한 반면, 이 전 시장은 ‘국민의 열망’을 언급하면서 은근히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열린우리당이 실시하려는 ‘오픈 프라이머리’라는 게 무엇인가.

16대 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낸 함승희 전 의원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총체적으로 실패한 정권이 탈·변색을 시도해 국민의 눈을 속이려는 꾐수”라고 정의를 내렸다.

한나라당도 1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대선이 1년 남짓 남은 시점에서 뚜렷한 주자가 없어 모종의 돌파구가 필요한 당내의 위기의식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바람잡이 몇사람 앞세워서 전국 순회공연 한번 하고 졸속으로 내놓다 보니 허점투성이”라며 “용을 그리려다 지렁이를 그린 꼴”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면서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의 행사가 아니라 일반 군중을 대상으로 한 ‘선거용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특히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달 27일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촉구하는 당내 목소리에 경고를 보냈다.
강 대표는 당시 ‘한나라당이 나가야 할 길’이란 제목으로 열린 한나라포럼 특강에서 “열린우리당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니까 주변에서 괜히 말을 만들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엄중하게 경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열린우리당이 턱도 없는 오픈 프라이머리로 분탕질을 하고 있다”며 “300만 명 가까이를 경선에 참여시켜 아무나 찍도록 하고, 시장바닥처럼 만드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난리다.

남경필 의원 같은 경우는 강 대표의 엄중경고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발, 즉시 기자회견을 열 정도다.

남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이 국민경선제를 도입했을 때 한나라당은 ‘별것 아니다’라고 방심했다가 결국 정권을 놓쳤다”며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마치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진수희 의원도 이에 가세했다.

진 의원은 지난 2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한 당내 토론을 막아서는 안된다”며 “더 이상 당내에서 논의가 금기시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강재섭 대표의 경고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당의 공식논평과 소장파들의 견해가 다르다. 한마디로 ‘콩가루 까는 집안’이다.

물론 열린우리당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오픈프라이머리 제도 비슷한 것으로 재미를 본 일이 있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은 이번에도 그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어디 바보인가?

한 번 속았으면 됐지, 두 번 속을 유권자들이 아니다.

필자가 본란에서 이미 여러 차례 밝혔듯이 100%의 오픈 프라이머리는 정당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이다. 정당이 추구해야 할 이념적 지향을 포기한 채 인기만 보고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승리 지상주의’일 뿐이라는 말이다.

만일 좌파 정치인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더라도 상관없다면, 이 제도를 도입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사람이 한나라당 후보가 돼야 한다면, 이 제도를 도입하자는 당내 논의는 당장 중단돼야 할 것이다.

강재섭 대표는 이미 이 문제에 대해 당내 논의 중단을 촉구하면서, 엄중 경고를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요구하거나, 공론화를 주장하는 당내 사람들을 ‘해당행위자’로 간주하고 문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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