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민심대장정 ‘진기명기’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10-08 16:27:40
{ILINK:1}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 6월 30일 도지사 이임식을 마치고 향한 곳은 여의도가 아니었다. 물론 그의 집도 아니었다.
그는 도청직원의 환송을 받으며 도청 정문을 나선 그 길로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수원역으로 향했다.
바로 ‘민심대장정 100일’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었다.
9일 서울역에서 ‘손학규 100일 민심대장정’을 마무리하는 그는 그동안 무엇을 남겼을까? 또 그가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일단 당초 ‘정치쇼 아니냐’는 평을 들었지만, 이제 ‘진정성의 정치’, ‘정가에 신선한 충격을 준 새로운 생활정치의 실험’ 등의 평가를 듣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얻은 수확은 대단하다.
하지만 이는 쉽게 얻어진 산물이 결코 아니었다. 그동안 남긴 숱한 기록은 한마디로 ‘진기명기’였다.
우선 그는 102일 동안 이동수단으로 철저하게 대중교통만 이용했다. 오직 대중교통수단만으로 전국을 종횡무진한 정치 지도자는 그 말고는 없을 것이다.
실제 그가 대중교통을 타거나 걸어서 이동한 거리는 총 1만2475km에 달해 3만리가 조금 더 된다고 한다. 즉 서울-부산 천리길을 15회나 왕복하는 거리에 해당한다.
그는 또 반드시 노동을 하고 밥을 먹었다. 단 한 번도 호텔에 머문 적이 없었고 오로지 마을회관, 민가, 여관 등에서 잠을 잤다는 점도 기록적인 일일 것이다.
특히 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직업을 경험해 본 사람으로 기록될 만하다. 그는 광부, 농부, 축산종사자, 과수농가, 환경미화원, 어부, 사회복지사, 장애인 도우미, 용접공, 도장공, 염색공, 조립공, 제빵직, 항만근로자, 어판장 청소부, 지게차 운전사, 대형마트 판매원, 재래시장 상인, 집배원, 양식업자 등 총 93개 직업의 노동을 총 105회에 걸쳐 체험했다고 한다.
지난 7월29일 태백의 경동탄광과 9월 11일 충북 보은의 마로탄광에서는 일반 광부들과 똑같이 지하 수백m의 막장까지 내려가 4시간, 8시간씩 채탄작업을 벌이기도 했다니, 그의 정신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이런 강행군으로 인해 두어 차례 몸살 기운으로 고생을 했다는 것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그의 대기록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는 대장정 102일 동안 시 단위 51곳, 군 단위 40곳, 면 단위 42곳, 읍 단위 21곳 등 총 154개 마을을 찾았다고 한다. 동으로는 독도, 남으로는 해남 땅끝마을은 물론이고 제주도 마라도까지 그의 발길이 닿았다고 하니 전국을 다닌 셈이다.
게다가 가는 곳마다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간담회를 열어 총 153회의 간담회를 가졌고 간담회 참여자가 1회당 평균 10명 안팎이었으니 대략 1500명과 대화를 나눈 셈이다.
이는 단순히 만나서 악수를 나누거나 의례적으로 식사를 한 인원을 제외한 것이다. 실제 한 두 시간 이상 무릎을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과 대화를 나눈 사람들의 숫자라고 한다. 그 대상도 농민, 어민, 광부, 택시기사, 샐러리맨, 가정주부, 직업군인 아내, 대학생, 중고생, 교사 등 각계각층을 망라했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한 수치다.
100일간 그가 울린 사람도 많았다. 지난 7월26일 강릉의 한 농민은 조그만 행정적 대비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수해를 겪고는 “왜 농사를 짓는지 모르겠다”며 분노의 눈물을 터뜨렸고, 9월2일 김해 화훼농장에 가기 위해 탄 택시의 기사는 자신이 화훼농사를 짓다가 5억 원이 넘는 빚을 지고 택시기사를 하게 됐다며 자식새끼들만 아니면 진즉 목숨을 끊었을 것이라고 눈물로 하소연했다고 한다. 또 청주의 달동네에 사는 장애인 노인 역시 젊은 시절 사기를 당한 이후 빈곤의 악순환에 갇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회한의 눈물을 비쳤다. 손 전 지사가 그들을 울린(?)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배신감이 들지만 손 전 지사만큼은 그들 정치인의 부류에 같이 넣고 싶지 않았던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어버이를 대하는 심정으로 그에게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그는 가난을 대물림하는 민중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셈이다.
실제 손 전 지사는 지난 7월1일 전남 장성군 남면에 위치해 하우스에서 대파를 기르고 있는 김채식(51)-노형숙(46) 부부의 자녀 김지선(12) 양과 김태호(8) 군으로부터 “앞으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없는 좋은 세상 만들어 주세요”라는 편지를 받은 바 있다.
이제 ‘민심대장정 100일’을 마친 그가 이번에는 또 어떤 진기록을 남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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