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의제관리, 전략부재 아쉽다
전 병 헌(열린우리당 의원)
시민일보
| 2006-10-12 19:50:53
북한의 핵실험 발표는 큰 충격을 주었다.
심각한 사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핵 사태로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가 새롭게 정립되는 단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적 역량을 총 결집하여 당사국으로서의 균형과 책임 있는 역할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 사회의 의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햇볕정책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도마에 올려 난도질을 당하게 하고 있다.
포용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싶은 한나라당의 정략적 의도는 그렇다치더라도 범여권의 위기관리에 대한 전략 부재도 한몫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답답한 일이다.
대통령의 첫 화두가 포용정책의 재검토였고 총리는 이튿날 국회에서 포용정책에 대해 사죄까지 하였다. 반면 여당 지도부는 포용정책의 관성적 주장을 되풀이했다.
북핵 사태를 맞아 새로운 질서에 대한 대응과 고민보다는 스스로 ‘포용정책 찬반론’을 담론의 최전방에 배치하는 우를 범했다.
미·일 관계를 비롯한 UN의 대북제재문제와 연동된 한반도 평화안정체제의 재정립에 대한 의제는 보다 시급하고도 중요하지만 뒤로 밀려나 버렸다. 그렇게 해서 국면은 한나라당이 바라던 대로 전개되고 있다.
대북 포용정책은 화해와 협력을 통해 북한을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것만이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긴장대결정책 대신 햇볕포용정책을 지지해 온 것이다.
포용정책이 북의 핵실험을 그나마 지연시켜 온 것인지 혹은 핵실험을 초래했는지 또는 미국의 대북강경노선에 더 큰 책임이 있는지는 찬찬히 따져 볼 일이다.
더욱이 1994년 북핵 위기 때와는 달리 더 큰 충격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사재기도 없고, 하루 만에 증권시장이 안정되고, 외자 이탈도 없는 현상이 포용정책의 효과인지 아닌지도 짚어봐야 할 것이다.
지금은 북핵 사태 이후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포용정책을 지속하느냐, 포기하느냐의 문제는 그 다음 문제이다.
또한 기조는 유지하더라도 변화의 정도가 문제일 뿐 교조적 고수는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매우 엄중하다. 겨레와 국가의 명운이 달린 일이다.
한나라당에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여당부터 남북문제를 정쟁 대응의 수준에서 한반도 평화안정체제의 재정립이라는 격상된 담론으로 이끌어 내야한다. 정보와 수단 그리고 책임을 지닌 집권세력으로서 위기관리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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