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꿈 때문에 서민 호주머니 털린다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10-17 18:13:45

{ILINK:1}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자동차채권은 꼭 7년을 의무 보유해야 하지만 투자가치가 없어 일반인들은 채권을 매입하기보다는 그냥 할인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렇게 해서 약 3000만원의 승용차를 구입할 경우, 50만원 정도가 자동차채권 할인비용으로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당초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지하철 건설부채를 갚기 위한 명분으로 이 채권을 발행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마련된 재원 가운데 일부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업적으로 꼽는 ‘뉴타운 사업’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실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자신의 재임 기간이던 지난 해 3월17일 ‘서울특별시지역개발기금설치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는 ‘지역개발채권 매출방법은 당해 연도 중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채조례의 규정에 의한 도시철도공채의 매출이 완료된 경우에 한하여 그 잔여기간동안 이를 매출하도록 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당초의 목적이 이루어지더라도 ‘지역개발채권’이라는 명목으로 이를 폐지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8월1일부터 9월30일 현재까지 채권발행으로 790억여원의 세입이 발생했다고 한다. 물론 이 재원은 모두 서울시 산하 SH공사에 지원된다. 이미 1500억원을 지원키로 한 상태다.
그러니 “지역개발채권은 사실상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는 ‘뉴타운 사업’을 위해 쓰겠다는 발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오죽하면 “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뉴타운 사업이 사실상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강탈하고 있는 셈”이라는 비판이 나왔겠는가.
사실 지하철 건설 부채를 모두 갚았다고는 하나 지하철 관련 두 공사의 부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부채는 지난 2003년 1조2466억원에서 2004년에는 1조514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렇다면 자동차 채권은 적자에 허덕이는 지하철 운영을 위한 예산으로 쓰이는 게 합당할 것이다. 지하철 운영은 서울시민 모두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통관련 채권을 교통관련 문제 해결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특정지역민의 이익을 위한 뉴타운사업에 이렇게 끌어 모은 예산을 모두 투입한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시에 뉴타운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곳은 많다. 그러나 면밀히 따진다면 은평뉴타운만 뉴타운지역이고 나머지는 모두 재개발 재건축 개념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서울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만든 예산을 서울시민이 아닌 특정 지역의 소수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 된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물론 이 명박 서울시장은 자신이 업적으로 내세우는 뉴타운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이런 비난정도는 기꺼이 감수 할수 있을 것이다.

대권으로 가는 길이 바쁜데, 무슨 일이든 못하겠는가.
하지만 서울시민들은 무슨 죄인가.
단지 서울에 살고 있다는 죄(?)로 인해 신차를 구입할 때마다 앉아서 수십만원씩 손해를 본다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는가.

그나마 그 재원이 우리 시민들 모두의 삶의 질 향상이나 복리증진을 위한 곳에 쓰인다면 참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민들 전체의 100분의 1도 되지 않는 오직 은평뉴타운 입주민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된다니 어찌 분통이 터지지 않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조례를 재개정해서라도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반드시 시민공청회 등의 여론수렴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행정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민주적 절차라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한 사람의 대권욕 때문에 서민호주머니가 강탈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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