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이명박… 뒤처리는 오세훈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10-24 18:34:22

{ILINK:1}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정책실패에 대해 오세훈 시장이 덤터기를 쓰고 있다.

24일 국정감사에서 은평뉴타운의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과 함께 서울시 신청사 건립 졸속추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주변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은평뉴타운을 집중 질타하며,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책임은 사실상 이명박 전 서울에게 있다.

이 전 시장이 임기 내 뉴타운사업의 가시적 성과를 얻으려고 시범사업지구로 지정된 은평뉴타운에 감정평가액을 크게 부풀려 과도한 보상비를 준 것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실제 은평뉴타운은 이명박 서울시장이 아파트 공급을 늘려 주택공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사업이다. 따라서 뉴타운 정책의 실패는 오세훈 시장의 정책실패는 아니다.

그런데도 오 시장은 이에 대해 해명하느라 정신이 없다. 결국 오세훈 시장은 여당 의원의 지적처럼 억울한 뒤처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먼저 열린우리당 박상돈 의원은 은평뉴타운의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97.7%나 높다는 점을 집중 지적했다. 높은 분양가 때문에 결국 서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실제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발표된 은평뉴타운의 분양가는 평당 1151만~1523만원인데, 이는 은평구 아파트 평균 시세인 770만원보다 무려 97.7%나 높은 가격이다. 또 강북구 전체인 907만원 보다는 67.9%, 전국 평균 697만원 보다는 118.5%나 높은 가격으로 고분양가의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같은 은평분양가 공개는 뉴타운 재개발을 하면 주변시세의 2배에 분양가가 결정되고 결과적으로 서민들은 분양받을 수 없는 가격이 형성돼 내쫓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병도 의원은 “최근 3년간 SH공사가 공급한 아파트의 55.1%가 1년도 채 지나기 전에 명의 변경이 이뤄졌으며, 특히 철거민이나 원주민에게 제공하는 상암지구 33평형 이하 아파트에서 명의 변경이 발생한 사유가 고분양가로 인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 예로 2004년 상암 3~5는 33평으로 모두 철거민에게 공급됐는데, 평당 분양가가 705만4000원으로 약 2억1200만원이 있어야 입주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철거민들에게는 그만한 돈이 없다. 따라서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 전 시장의 정책실패로 오세훈 시장이 곤혹을 치르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날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서울시 신청사 건립의 예산낭비를 집중 지적했다.

심 의원은 “서울시가 신청사 건립을 졸속으로 추진하면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며 “공기연장과 함께 재입찰 논란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의원이 공개한 ‘신청사 증축공사의 우선시공분 및 실시설계 기간 조정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신청사의 2차 재설계는 기존설계의 수정보완이 아니라 전면적인 재설계이며, 이에 따라 삼성컨소시엄측의 재설계 비용인 30억원+α 를 서울시가 전액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

물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서울시민들의 몫이다. 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이 전 시장의 잘못을 변상해 줘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이는 세금낭비로 당연히 이 전 시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굳이 오 시장이 총대를 메고 전면에 나서 이 전 시장을 비호해야 할 까닭이 없다. 그런데도 오 시장은 임기 내내 이 전시장의 품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오세훈 시장이 이명박 전 시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계속사업’이 무려 344건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민선 4기 중 최다기록에 속하는 것이다. 물론 오 시장 자신이 직접 구상하는 신규 사업은 이들 계속사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오 시장은 앞으로도 이들 344건, 즉 이명박 전 시장이 추진하던 사업 중 어느 사업의 정책실패로 인해 또 덤터기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아니겠는가.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번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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