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통, 누구를 위한 기관인가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10-30 18:04:55
{ILINK:1}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 박 진 의원이 30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정감사에서 “민주평통이 통일정책의 수립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한다는 본래의 설립취지와 달리 친여 단체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호되게 비판했다.
박 진 의원은 특히 ‘자기추천제’가 사실상 친여 인사의 진출 창구로 전락하고 있는 현상을 우려하면서 “편파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민주평통이 우리 국민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대통령에게 균형잡인 통일 정책을 제대로 건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자기추천제로 위촉된 자문위원 중 정당관련 활동이 파악된 위원은 ▲열린우리당 당원, 당직자, 선거대책위원 등 108명(56.0%) ▲노사모 회원 20명(10.5%) ▲개혁국민정당(열린우리당 전신) 19명(9.8%) ▲국민참여연대 13명(6.8%)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 9명(4.6%) ▲참여정치연구회 8명(4.1%)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보좌진 8명 (4.1%) ▲국민의 힘 6명 (3.1%) ▲기타(조선일보반대모임 등) 2명(1.0%)으로 친여 성향의 인사는 모두 193명으로 이는 전체의 93.7%에 이르는 매우 높은 수치다.
따라서 자기추천제는 젊은 층의 참여 확대라는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린 채 사실상 친여 인사들의 민주평통 진출 창구로 전락해 버렸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자기추천제’가 안고 있는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박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를 통해 최근 우리나라가 도박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한 ‘바다이야기’ 도박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지코프라임 최 모 대표와 에이원비즈 차 모 대표가 자기추천제를 통해 자문위원이 되었음이 밝혀진 사실을 상기시켰다.
즉 ‘자기추천제’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자기추천제를 통해 스스로를 추천한 자문위원 후보자 1270명 중 나이 제한 및 신원조회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 166명을 제외한 1104명 전원이 자문 위원으로 위촉됐다고 하니, 그 심각성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평통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어떤가. 비록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고, 친여인사들로 채워졌더라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면 어느 정도는 눈감아 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민주평통이 하는 일이라는 게 영 시원치 않다.
오죽하면 박 진 의원이 “올해 민주평통의 본래 설립 취지에 따른 대통령에 대한 정책 자문 활동이 총 25건에 불과할 정도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고 한탄했겠는가.
사실 민주평통은 전문가 토론회를 단 한차례도 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책건의보고서라는 것을 제출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한다.
어쩌면 이같은 결과는 이재정 수석부의장이 취임 직후 “민주평통은 본래 대통령과 국민사이에서 대통령의 메신저, 혹은 대변자 역할을 하는 기구여야 한다”라면서 공개적으로 편향된 입장을 대변하고 나설 때부터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실제 민주평통은 ‘통일정책 자문’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잃어버린 채 대통령 정책의 교육·홍보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우선 민주평통에 의해 2006년부터 새로 시작된 ‘통일시대 시민교실’은 민주평통의 본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예산 낭비의 전형이라는 것.
더구나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통일시대 시민교실’이 정작 시민들이 아닌 사실상 ‘통일시대 자문위원 교실’로 전락했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 그동안 75차례에 걸쳐 실시한 통일시대 시민교실에 참여한 일반주민은 3750명에 불과하고 자문위원이 무려 3150명이나 참석했다고 한다.
더욱이 총 75회 중 19회는 자문위원만 참석했고 나머지 56회 중 20회는 일반 시민보다 자문위원의 참석 수가 더 많은 기현상이 벌어졌다고 하니, ‘통일시대 시민교실’이 정작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한 것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
이제 12기 자문위원의 임기가 끝나고 새로 13기 자문위원을 위촉할 내년은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중요한 해이다.
따라서 민주평통은 박 진 의원의 당부처럼 통일정책의 수립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한다는 본래의 설립 취지를 살려 조국의 민주적 평화 통일을 위한 진정한 자문기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균형잡힌 통일 정책 자문이 되기 위해서라도 추천제도, 자격 요건 등을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박 의원의 지적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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