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노무현 당’이라도 유지되면 다행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10-31 20:51:21
{ILINK:1}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은 이른바 ‘천·신·정’이라고 불리는 천정배 전 법무장관, 정동영 전 의장, 신기남 의원만 있는 게 아니다. 한나라당을 떠나 거친 들판에 머물다 결국 여당에 합류한 ‘독수리 5형제’는 물론이고, 분당 당시 민주당의 울타리를 뛰어넘었던 의원들 모두가 창당의 주역인 셈이다.
그러면 이들만 창당 주역인가?
아니다. ‘노사모’ 등 당외 지원세력들도 창당의 산파 역할을 했음을 부인키는 어려울 것이다.
모든 드라마에는 주연이 있다면 조연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창당 드라마에서 조연을 맡은 사람은 누구일까?
신당 창당을 지원한 모든 유권자들은 결과적으로 창당 주역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는 점에서 창당에 한몫을 했다. 따라서 창당 드라마의 조연을 맡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필자 역시 열린우리당 창당 드라마의 조연을 맡은 셈이다. 실제 필자는 분당 당시 ‘통합신당’을 반대하며, ‘선명신당’을 지지하는 글을 여러 차례에 걸쳐 게재한 바 있다. 선명여당의 탄생으로 우리나라 정치사에 무엇인가 획기적인 변화가 오지 않겠느냐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당 탄생을 지지했던 일을 후회한다. 정말 땅을 치고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다. 어쩌면 정치를 못해도 그렇게까지 못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실제 여권이 최대의 성공작으로 꼽고 있는 부동산 정책마저 실패하고 말았다.
이한구 의원은 현재 일반근로자들의 강남구와 서초구 소재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소요기간이 각각 68.5년과 61.6년으로 자신과 손자세대까지 3대가 벌어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광진·강동·영등포·동작·성동·미포·종로·강서구 등 8개구는 자신과 자식세대까지 2대가 벌어야 구입이 가능하며, 관악구 등 나머지 구는 평생 최저생계비수준의 생활을 하면서 저축하면 겨우 구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더욱 심기를 뒤틀리게 하는 것은 강남·서초·송파 아파트 소유자들이 노무현 정부 3년간 앉아서 번 돈이 평균 4억1000만원이나 된다는 점이다. 이는 일반 근로자들이 14년 동안 일을 해서 번 돈보다도 많다고 하니, 이러고도 성공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당이 정계개편 방향과 관련해 ‘신당 창당이냐’, ‘재창당이냐’를 놓고 당내 격돌이 한층 격화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문제들 때문일 것이다.
또한 창당주역이던 천정배 의원도 이에 가세해 공식적으로 신당 창당을 주장하고 나섰다.
여기에 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마저 지난 30일 “국민이 원하고 집권여당으로서의 참다운 모습으로 가려면 신당 창당을 통해 대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신당창당 쪽에 힘을 실었다.
‘신당 창당’ 주역들 가운데 상당수가 새롭게 ‘신당창당’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과거의 ‘창당’을 후회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당 사수’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신당창당’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우리당 사수’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실패한 여당, ‘꼬마 노무현 당’에 과연 현역의원이 몇 명이나 남을까?
청와대 등에서 1차 목표를 40명으로 잡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으나,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그 절반도 채우기 어려울 것 같다.
어쩌면 과거 ‘꼬마 민주당’보다도 못할지도 모른다.
그나마 당시 ‘꼬마 민주당’은 명분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로민주당이냐’는 반발 이외에 ‘꼬마 노무현당’에 무슨 명분이 있는가.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꼬마 노무현당’이라도 유지할 수 있다면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이제 정책에 실패한 정당이 설 곳은 없다. 소속 의원 개개인이 부패한 정당에 대해서는 눈감아 줄 수 있어도 무능한 정책을 내는 정당에 대해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 오늘날 유권자들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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