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르네상스, 더디더라도 제대로 가자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11-01 19:27:29

{ILINK:1} 서울시가 지난 9월 발표한 ‘한강프로젝트’에 대해 노웅래 의원은 1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서울시 르네상스 계획은 문화 암흑기 계획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등 작심한 듯 서울시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서울시는 당시 한강에 녹지와 보행공간을 늘리고 수상정원ㆍ분수 등 여러 볼거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이를 두고 노웅래 의원은 “서울시 계획은 개발 위주의 전시 행정만 담겨있을 뿐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념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거나 “서울시의 프로젝트는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휴식공간을 주겠다는 단 2가지 목적밖에 없다”는 등의 ‘조금 심하다’ 싶은 정도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역사유적을 발굴해 원형을 복원하라”는 노웅래 의원의 지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노 의원에 따르면 현재 한강에 있는 주요 역사문화유적은 ▲행주산성 ▲약산사 ▲공암진 ▲염창터 ▲망원정 ▲양화진 ▲절두산 순교성지 ▲외국인묘지 ▲광흥창터 ▲공민왕신당 ▲밤섬 ▲토정터 ▲새남터 순교성지 ▲사육신묘 ▲노량진 나루터 ▲이태원터 ▲동빙고터 ▲잠실 뽕나무밭 터 ▲제천정터 ▲한강진 나루터 ▲천일장터 ▲독서당터 ▲압구정터 ▲입석포 ▲저자도 ▲살곶이 다리 ▲뚝섬나루터 ▲낙천청 ▲봉은사 ▲송파나루터 ▲석촌동 백제초기 ▲삼전도비 ▲몽촌토성 ▲풍납토성 ▲광진(광나루터) ▲암사동선사주거지 ▲아차산성 등 37개나 있다.

또 과거 한강에는 ▲광나루(광진교와 천호대교 부근) ▲뚝섬나루(영동대교 부근) ▲삼전도나루(잠실대교 부근) ▲두모포(동호대교 부근) ▲입석포(성수대교 부근) ▲한강나루(한남대교 부근) ▲서빙고나루(반포대교 부근) ▲동재기나루(동작대교 부근) ▲흑석나루(한강대교 부근) ▲노량나루(한강철교 부근) ▲용산나루(원효대교 부근) ▲마포나루(마포대교 부근) ▲서강나루(서강대교 부근) ▲양화나루(양화대교 부근) ▲공암나루(행주대교 부근) 등 15개의 나루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이들 문화유적과 나루터를 복원하는 계획을 포함시키면 어떨까?

물론 한강의 잠실ㆍ난지ㆍ반포ㆍ양화ㆍ광나루 둔치에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뜯어내고 그 위에 흙을 얹어 꽃과 풀을 심어 시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 문화유적지와 나루터를 함께 복원한다면 얼마나 멋진 한강의 모습이 연출되겠는가.

또 노 의원은 이날 “한강에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유적들이 다 모여 있는 곳”이라며 “유적 분포도를 먼저 연구하고 지표조사를 한 후에 공사를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화재청에 따져 물었다.


비록 서울시를 향해 던진 질문은 아니지만, 이 대목을 서울시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과거 청계천 복원 당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문화유적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잘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같은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적잖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물론 오 시장과 이 전 시장은 다르다. 오 시장은 환경문제와 문화유적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만큼 그런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 시장 스스로도 한강 노들섬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계획했던 오페라 하우스 건축과 관련, “비록 환경에 다소 피해가 있더라도 인상 깊은 도시 상징물(랜드마크)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63빌딩보다 더 높은 초고층 복합 문화단지를 건립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던가.

오 시장의 이같은 고백은 ‘정치인 시장으로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고 싶다’는 솔직한 표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걱정하는 것이다.

사실 ‘랜드마크’가 주는 유혹은 매우 클 것이다. 이 전 시장이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비록 문화유적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청계천 복원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자 그 같은 비판은 일시에 사라진 일도 있다.

하지만 청계천 복원 결과에 대해 아직은 ‘성공’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이를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정 반대의 평가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한강르네상스 계획도 마찬가지다. 조금 늦더라도 찬찬히 살펴보면서 행진해 주기를 바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