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 탈당촉구… 음모의 냄새가 풍긴다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11-08 18:47:07

{ILINK:1} 한나라당내 친(親)이명박 진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대권캠프의 사실상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과 뜻을 같이하는 이방호 의원이 지난 7일 느닷없이 김덕룡 의원의 탈당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재오 최고위원과 이방호 의원은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선거당시 이 최고위원은 원내대표 후보로, 이 의원은 정책위의장 후보로 짝을 지어 출마한 일이 있을 정도로 아주 가까운 사이다.
당시 이재오-이방호 후보조는 72표를 획득해 50표를 얻는데 그친 김무성-고흥길 후보조를 물리치고 각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온 일이 있다.
또 이재오 의원은 지방선거 당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선대본부장을 맡고 그의 당선을 도왔던 인연이 있을 만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방호 의원의 김덕룡 의원 탈당촉구에는 다분히 이명박 전 시장의 의중이 담겨 있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김 의원의 탈당을 촉구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더라도, 은연 중 그 같은 암시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특히 박성범 의원의 항소심 선고 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 김 의원의 탈당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아무래도 그 목적이 순수해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 박 의원은 명예회복이 되는 순간 한나라당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힌 바 있다. 그가 당에 복귀할 경우, 그를 검찰에 고발하는데 앞장섰던 사람들은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다.
특히 검찰수사기록에 클린단장의 모 보좌관은 박 의원을 고발한 장 모씨의 말을 번복하도록 시킨 정황까지 나와 있는 상황이다.

즉 박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기위해 당에서 장씨를 사주한 셈이다.
그러니 어찌 그들이 편히 발을 뻗고 잠을 청할 수 있겠는가.
사실 장씨는 8일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압수물품의 몰수를 선고받은 사람이다.
재판부는 “허위진술로 인해 사건을 왜곡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도 징역을 10월로 감해 준 것은 “피고인이 깊게 뉘우치고 있는 점, 고령인 점,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재판부의 이같은 판결 내용을 보면 그는 믿을만한 사람이 못된다. 다만 뉘우치고 있다거나 나이가 많아서 등의 사유로 인해 그나마 10월 형을 선고받았지, 그렇지 않다면 더 중한 형을 선고 받았을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런 사람의 말만 듣고 박 의원의 해명을 듣지 않은 한나라당 사람은 그가 누구이든간에 그에 따른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특히 장씨로 하여금 자신이 한 말을 번복하도록 종용까지 해 가면서 박 의원을 고발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박 의원은 당내 음모에 의한 희생양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아니나 다를까 박 의원은 이날 선거법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다만 배임수재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700만원에 추징금 12만원을 선고했을 뿐이다. 그나마 이 문제는 여전히 다툼이 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며 상고할 뜻을 밝히고 있는 마당이다.
이런 때에 이방호 의원이 “김덕룡 의원 탈당”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강재섭 대표를 향해 “김덕룡 의원의 문제를 회피하지 말라.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규율을 세우시고, 당대표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물론 명분은 ‘도덕적 우위를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퀴퀴한 음모의 냄새가 풍긴다.
김덕룡 의원은 한나라당내 다른 어떤 의원들보다도 깨끗한 사람일 것이다. 그가 부정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그의 부인이 한 일이다. 따라서 아내를 잘못 둔 것이 죄라면 몰라도, 그를 마치 부도덕한 사람처럼 매도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면서 이같은 사실을 모른다면 그는 동료도 아니다. 당과 전혀 관계없는 필자도 김덕룡 의원이나 박성범 의원의 됨됨이를 알고 있는데, 하물며 그와 수년간을 동고동락해 온 같은 당의 의원이 이를 모른대서야 말이나 되는가.

차라리 김 의원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박 의원이 복귀할까 걱정되니, 이를 막아달라고 애걸하는 것이 보다 솔직한 표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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