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에 집 한채씩’보다 ‘반값 아파트’가 현실적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11-22 19:39:43
{ILINK:1} “정권이 바뀌면 무슨 수를 내서라도 젊은 부부들에게 집 한 채씩 줄 수 있다.”
이는 ‘웃찾사’에 나오는 개그맨의 발언이 아니다.
소위 ‘빅3’라고 불리는 한나라당내 대권주자 가운데 한 사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1일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에서 열린 추계 특별강연에 공개적으로 내뱉은 말이다. 사실상 대선 공약인 셈이다.
물론 그의 말대로 젊은 부부들이 집 한 채씩을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하지만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
정말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려면, 이 전 시장은 ‘무슨 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분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 전 시장은 마치 ‘웃찾사’에 등장한 개그맨이 농담하듯이 “특별한 노하우이기 때문에 전략상 말할 수 없다”고 비켜가고 말았다.
이런 공약이라면 “내가 무슨 수를 내더라도 혼기가 찬 젊은이들에게 장가가고, 시집가게 해 주겠다”는 말이나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젊은이들을 모두 재벌로 만들어주겠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공약은 정책으로 말해야 한다. 그러자면 반드시 그 내용을 먼저 공개적으로 밝혀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가능한 지 여부를 논의하고 타당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사실 이 전 시장의 “젊은이들에게 집 한 채 씩 주겠다”는 말보다는 홍준표 의원의 “반값아파트 공급”이 더 믿을 만하다.
그런데도 이 전 시장은 홍 의원이 지난 5.31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로 나서면서 이를 공약으로 내걸자 “한마디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었다.
실제 당시 이 전 시장은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서민들을 위한 의욕적인 면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홍 의원 주장대로 건물은 분양하되, 토지를 임대할 경우 결국 국가재정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었다.
그러자 홍 의원은 당시 이 전 시장을 향해 “부동산 문제를 경제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 전 시장은 홍 의원과 같거나 최소한 흡사한 말을 하고 있다.
실제 이 전 시장은 ‘젊은이들에게 집한 채씩’공약을 내세우면서 “시장경제논리나 자유민주주의와는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주거문제는 이런 정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이런 정책’은 홍 의원의 ‘경제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되는 정책’과 사실상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는 또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의 환경을 똑같게 해서 돈이 없는 사람들은 임대아파트에 살도록 하는 방식으로 집을 하나씩 갖게 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모든 젊은이들에게 임대아파트를 분양아파트와 똑같게 지어서 임대하는 것과 아파트반값분양을 위해 공공기관이 짓는 아파트의 토지를 임대하는 것과 어떤 것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까?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전 시장의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웃자고 하는 코미디에 불과한 것 아니겠는가.
차라리 홍 의원을 찾아가 “지방선거 때에는 내가 잘못 판단한 것 같다. 그러니 홍 의원의 정책을 나에게 넘겨 달라”고 통사정하는 편이 훨씬 현실성이 있을 것이다.
무릇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이 전 시장의 조급함을 모르는 바 아니다.
당내 ‘빅3’가운데 한사람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이미 젊은 표심을 끌어 모으고 있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표도 젊은 표심 공략에 가세한 마당이다.
특히 손 지사의 경우 2030세대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따라서 위기의식을 느낀 이 전 시장으로서는 이들의 마음을 끌어 잡기 위해서 어떤 공약이든 제시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코미디’가 돼서는 곤란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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