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세론=이인제 대세론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11-28 17:21:45

{ILINK:1}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지면서 최근 한나라당 내 일각에선 이른바 ‘이명박 대세론’이라는 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당내 소속 의원들과 당 사무처 직원들은 여전히 ‘이명박 대세론’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의원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느끼는 분위기는 이전과 다르다”며 대세론의 실체를 일부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모 의원의 보좌관은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한 쪽으로 급격히 쏠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이대로 ‘이명박 대세론’이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 지지율이 이대로 고착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전 시장을 향한 지지가 과거 YS나 DJ를 향한 지지처럼 견고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이른바 ‘황제테니스 사건’이 터졌을 때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무려 10% 가까이 급속하게 빠져 나간 사례가 있다.

따라서 이 전 시장에게 악재가 발생했을 경우,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이 전 시장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이 정가를 떠돌고 있는 점도 이 전 시장에겐 좋지 않은 현상이다. 특히 이 전 시장의 지지와 고 건 전 국무총리에 대한 지지가 서로 겹치는 것도 이 전 시장의 대세론을 인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고 전 총리의 지지가 상승하거나, 그가 여권 혹은 신당 후보로 확정됐을 경우에는 이 전 시장의 지지가 급속하게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이명박 대세론’은 ‘이인제 대세론’을 연상케 할 뿐이다.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이 시작되기 직전, 시민일보 이사 가운데 한 분이 “누가 민주당 후보가 될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 때 필자는 “노무현”이라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는 매우 의아해 하는 눈치였다. 당시 ‘이인제 대세론’이 전신문의 지면을 장식하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필자가 이인제 당시 경선후보를 만나러 갔을 때 그의 사무실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그의 측근들은 마치 이인제 후보가 대통령이나 된 것처럼 행세했다. 반면 노무현 후보를 만나러 갔을 때에는 너무나 사무실이 초라했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썰렁’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필자는 노무현과 만나면서 그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 결국 대통령까지 될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우선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려면, 호남지역 표를 굳건하게 지키면서 영남지역의 표를 일부라도 반드시 흡수해야 한다. 그러자면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에 영남출신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야 한다. 그 가운데서도 부산에서 몇 차례나 낙선의 고배를 마신 노무현 후보가 제격이다.

반면 이인제 후보는 이른바 ‘이인제 학습효과’라는 것으로 인해 후보가 돼도 한나라당 후보의 적수가 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결국 ‘이인제 대세론’은 ‘이인제 필패론’으로 귀결될 것이란 말이다. 결국 필자의 예상대로 민주당에서 노무현 후보가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를 꺾는 파란이 연출됐다.

그리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맞붙는 상황에서도 필자는 어렵지만 노무현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점쳤다.

극히 미미한 표차로 승부가 갈릴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으로 인해 한나라당 지지표가 결집되지 않는 반면 어렵게 경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후보의 지지자들은 더욱 결집하게 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 당시 필자가 이회창 후보를 만나는 일은 간단치 않았다. 지금의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인 박 진 의원의 재치가 아니었다면, 그를 만나지도 못할 뻔 했다. 당시 이회창 후보의 공보특보를 맡고 있던 박 의원이 어렵게(?) 자리를 만들어 주었을 만큼 ‘이회창 대세론’이 측근들에게 만연해 있었다. 그것이 결국 패배를 부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이명박 대세론은 이회창 대세론은 커녕, 이인제 대세론만큼이나 그 근거가 취약하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나 원희룡 의원과 같이 신선하고 참신한 인물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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