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승부수’… 여당 응답은 ‘돌팔매’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11-30 19:22:39
{ILINK:1} 노무현 대통령이 30일 “열린우리당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역당 회귀세력과 결별을 불사할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지역구도 극복’이란 여당의 창당정신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당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통합신당’은 말만 통합이지 사실은 지역주의로의 회귀를 위한 ‘야합’에 불과하다는 것. 실제 노 대통령은 신당 반대 입장을 밝히며 “말이 신당이지 지역당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 그동안 ‘통합신당’논의에 대해 공식입장 표명을 유보해 왔던 청와대가 이처럼 단호하게, 그것도 노 대통령이 직접 결연한 의지(?)를 밝힌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전효숙 파동’으로 초래된 조기 레임덕 위기에 대한 돌파구를 모색하는 방안의 하나일 것이다. 특히 최근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대통령 때리기’가 시작됐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등이 일제히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는 등 우리당은 노 대통령과 확실한 ‘선긋기’에 나섰다.
김근태 의장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인사말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당을 민심수렴의 창구로 인정하고 책임을 함께할 것인지 결정할 시점이 됐다”며 “이제 정부(노 대통령)가 결정하고 당이 뒷받침하는 방식은 끝났다”고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임기 말에 차기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성이 강조되고 대통령이 초당적 국정운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스스로 당적을 정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노 대통령에게 스스로 ‘당적 정리’를 요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정동영 전 의장도 29일(현지시간) 노무현 대통령의 하야 시사 발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불행하게도(?) 노 대통령을 향한 이런 비판의식은 열린우리당 내의 지도부나 특정 인사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겨레신문이 28·29일 양일간 열린우리당 의원 총 139명 가운데 연락이 가능한 117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전체의원 139명 가운데 38.5%인 45명이 ‘노무현 대통령의 당적 이탈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탈당해선 안 된다’는 의견은 고작 24.8%(29명)로, 노 대통령의 탈당은 이제 시기문제만 남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응답 의원 가운데 36.8%(43명)는 ‘탈당 여부는 노 대통령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는 등의 이유로 답변을 유보했으나, 이는 ‘스스로 탈당할 경우 막지 않겠다’는 뜻이다.
결국 노대통령의 탈당을 원하거나, 탈당할 경우 잡지 않겠다는 의원들이 절대다수라는 말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모처럼 마음먹고 “열린우리당을 지킬 것, 지역당 회귀세력과 결별을 불사할 것”이라는 등의 발언으로 강력한 ‘승부수’를 던졌지만, 돌아오는 응답은 ‘돌팔매’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 이날 열린우리당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발칵’ 뒤집혔다.
물론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등이 공식적인 멘트를 자제하는 등 당은 외형상 정중한 반응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너무 짜증나서 대꾸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이러니까 우리가 대통령에게 정치에 관여하지 말고 국정에만 전념하라는 것 아니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당을 지키려면 진작부터 그렇게 하든지, 탈당을 하겠다고 했으면 일관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로 탈당을 부추기는 의원도 있다고 들었다.
또 “통합개혁세력이 지역주의를 초월해서 뭉치자는 것이 왜 지역주의냐”고 반문하는 의원도 있었고, “국민들이 불안해하는데 가만히 좀 계시지 왜 자꾸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짜증을 내는 의원도 있다고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노 대통령은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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