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정희 닮기’, 박근혜=‘脫 박정희’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12-13 18:59:02

{ILINK:1}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박정희 이미지 차용을 위해 애쓰는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오히려 ‘탈(脫) 박정희’를 추구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3일 열린우리당 의장실에 뜬금없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를 닮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및 이인제 의원의 사진이 등장했다.

이 게시물은 민병두 의원이 준비한 것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이미지를 차용한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커다란 게시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최근 독일을 방문해 박 전 대통령과 비슷한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이 전 시장의 모습이 우측에, 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이 1997년 대선후보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양손을 버쩍 치켜드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민 의원은 이들의 사진을 가르키며 “10년을 주기로 박정희 대통령의 신드롬에 기대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아냥 거렸다.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이인제 후보가 그랬듯 이 전 시장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외모를 차용해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전 시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선글라스를 쓰고 독일을 방문했고, 얼마 전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에 가서 선글라스를 끼고 ‘박정희 대통령과 닮았다. 경부운하는 21세기의 경부고속도로’라고 말했다”며 “박정희 대통령의 외모를 사랑한다고 해서 ‘박외사’라고 하기도 하고, 박 전 대통령의 외모를 모방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박외모’라고도 한다”고 비꼬았다.

이어 그는 “이런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선거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굉장한 패착’이라고 말하더라”고 꼬집었다.

물론 국민들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외형적 이미지를 흉내 낸다고 해서 국민들이 자신을 지지해 줄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특히 지금 국민들이 박정희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시대로 회귀하기를 바란다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오판이다. 누가 개발독재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바라겠는가.

적어도 1970~80년대 격동기를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그런 시대로의 회귀를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판단이 옳다.

그는 이 전 시장이 박정희 이미지를 차용하려고 애를 쓸 때, 자신은 ‘박정희의 딸’이면서도 오히려 그를 뛰어넘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지난 11일 “1960, 1970년대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작았을 때는 한정된 자본·인력·기술을 최대화하기 위해 대통령과 정부의 경제 주도가 효과 있었지만 지금은 경제 규모가 달라졌다”며 “어느 시대건 그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이 있다. 지금 경제를 살리기 위해 혁명적 변화를 추진할 새로운 국가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1960, 1970년대에 보였던 박 전 대통령의 리더십과는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자신은 그런 리더십을 보일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박 전 대통령은 계획경제를 주도한 인물이다. 만일 지금 그런 식으로 경제를 이끌어 간다면 우리 경제는 망하고 말 것이다.

1960, 1970년대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작았을 때는 한정된 자본·인력·기술을 최대화하기 위해 대통령과 정부가 경제를 주도해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지금 대통령이나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수록 부작용만 커진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박 전 대표는 바로 이점을 명확하게 꿰뚫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박정희의 리더십이 아닌, ‘혁명적 변화를 추진할 새로운 국가 리더십’을 역설한 것이다.

그렇다면, 박정희 이미지를 차용하기 위해 애쓰는 이명박 전 시장과 그를 뛰어넘으려는 박 전 대표의 싸움에서 과연 누가 승리할까?

‘박정희 흉내내기’에 골몰했던 이인제 의원이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어이없이 무너졌듯이 ‘박정희 선글라스’라는 것을 끼고 다니는 이명박 대세론도 그렇게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지나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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