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大魚, ‘빅3’ 무너뜨릴 수도 있다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12-21 19:44:40

{ILINK:1} “한나라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마치 정권을 잡은 것처럼 행세하는 데 걱정스럽다. 한나라당은 지금 대권주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지나치게 맹신하는 것 같다. 하지만 범 여권후보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나설 경우, 상황은 일순간에 달라지고 말 것이다. 정 전 총장이 열린우리당내 유력 후보들인 정동영 전 의장이나 김근태 의장을 뛰어넘어 고 건 전 총리까지 꺾고 범여권 단일후보로 선출된다면,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정운찬 전 총장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물이다. 따라서 폭발력이 있다.”

KBS 말단 기자로 입사해 KBS의 간판격인 9시뉴스 앵커 겸 보도본부장을 지낸 박성범 의원이 지난 20일 저녁 필자와 만나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필자가 그의 화려한 언론경력을 먼저 내세운 것은 박 의원의 분석력이 남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실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박 의원에 대해 “30년 가까운 방송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세상사의 흐름을 굴절 없이 두려움 없이 짚어낸 용기 있는 사람”이라며 “옳고 그름을 명쾌하게 가릴 수 있는 경륜과 지혜를 갖춘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홍구 전 국무총리 역시 “오랜 해외 특파원 생활을 통해 국제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연마한 사람”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경륜과 지혜를 갖추고, 거기다 국제정세를 정확하게 꿰뚫는 능력까지 겸비한 그의 정세분석이니만큼,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이같은 미래 상황에 대해서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박 의원이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을 무렵, 정 전 총장을 수차에 걸쳐 찾아가 그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종용했던 것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그 사실에 대해 박 의원은 “정 전 총장은 진보경제 학자다. 따라서 여권에서 정 전 총장을 욕심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같은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그의 출마를 권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한나라당에서 그에게 대권 경선출마 가능성만 열어주었더라도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면 최소한 그가 범여권 후보로 나서는 일 만큼은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니나 다를까, 박 의원이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2007년 대통령선거를 1년 가량 앞두고 ‘정운찬 카드’가 정치권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 전 총장 자신도 정치참여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던 그동안의 태도와는 달리 지난 20일에는 한 방송에 출연, 마치 출마 가능성을 예시라도 하듯이 미묘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치 참여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 아니겠느냐”면서 “정치를 안 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운찬 전 총장이 범여권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경우 파괴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물론 그럴 경우 대선 주자로서 혹독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일단 현재로서는 만만찮은 카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이 앞서 말한 것처럼 그는 개혁적 성향의 경제학자다. 따라서 그가 범여권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경제대통령을 자신의 이미지로 삼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선 전략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또 민주화 흐름을 함께 하다 개혁적 경제학자의 길을 걸은 참신성에다 서울대 총장이라는 무게감까지 더해져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어려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충청권 전체의 향배가 대선의 승부 포인트라는 점에서 그는 적임자다.

정 전 총장은 충남 공주 출신으로 충청권 표심을 끌어들이는 일이 여타의 경쟁자들보다 쉽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은 대권주자들의 욕심에 의해 대어(大漁)를 놓친 셈이 되고 말았다.

그 정도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어쩌면 박 의원의 예언처럼 그 대어가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한나라당이 그동안 애써 키워온 피둥피둥한 3마리의 잉어를 향해 달려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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