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뜨고 올린 지지율은 毒이다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12-26 18:55:06

{ILINK:1} 노무현 대통령과 고 건 전 총리간 ‘설전’이 점입가경이다.
실제 노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작심한 듯 고 건 전 총리를 향해 ‘노기’를 표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늘도 한 말씀 드릴까요?”라고 운을 떼며 “나는 해명을 했는데도 (고 건 전 총리는) 미안하다는 표정이 없어 섭섭하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대통령을 동네북처럼 이렇게 두드리면 섭섭하고 분하다”고 다시 고 건 전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노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가 공격을 받았지만 참아 왔는데, 앞으로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직접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뛰어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날 발언 모두에 “대통령이 할 말은 한 것 같은데, 표현과정에 좀 절제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이리저리 시비에 휘말려 여러분 (국무위원) 보기에 미안하다”며 지난 21일 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회 발언에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곧바로 “후보 때도 그렇고 대통령이 돼도 그런데 변하지 못해서 탈이다”면서도 “탈인데, 변하지 않았으니까 계속 사랑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는 한마디로 자신의 스타일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고 건 총리측은 그야말로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야단이다.
물론 고 전 총리는 참모들에게 대응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고 전 총리가 빠진 참모회의에서는 노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고 한다.
노 대통령과 고 전 총리 간의 갈등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앞서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난 주말과 휴일에도 고 전 총리에게 맹공을 퍼부었었다. 고 전 총리가 노 대통령의 “실패한 인사” 발언을 반박한 데 대해 “사과라도 해야 할 일이다”라거나 “왜 계속 사리에 맞지 않는 논리를 동원해 대통령을 공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대통령께서는 진의가 아니라고 하시던데 일반 국민들이 무슨 뜻으로 들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재반박했다. 자신이 느낀 불쾌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과정에서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이 올랐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비판이 반복되고 수위가 계속 높아질수록 고 전 총리는 차별화라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설전을 계기로 해 고 전 총리는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를 상대로 추격의 의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오죽하면 민주노동당이 “전직 동료인 고 건 총리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실시하는 ‘위장 난타전’이라는 항간의 의혹이 사실로 입증되는 것 같다”고 비꼬았겠는가.
사실 대통령과 전직 총리간에 “남 탓” 설전은 국민들 보기에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일뿐만 아니라, 나라망신이다. 따라서 고 전 총리의 차별화 전략이 당장은 효과를 거둘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전략은 아니다.

국정수행 지지도와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서 각각 10%대 지지율에 머무르고 있는 노 대통령과 고 전 총리간의 이전투구(泥田鬪狗)는 국민들로 하여금 더욱 등을 돌리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통령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와 달리 참지 않고 일일이 대응하겠다고 말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과연 우리나라 국민들 가운데 “대통령이 발언을 자제하고 많이 참아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오히려 “대통령이 너무 정치적인 발언을 많이 해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국민의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 일일이 다 대응하겠다니 어디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민노당의 지적처럼 대통령의 통치행위와 정치적 행위는 당연히 비판과 검증의 대상이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이다.
그런데도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면서 비판과 검증에 대해 하나하나 대응하겠다는 대통령의 태도는 올바르지 않다. 노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응하려는 전의를 불태우기보다는 오히려 발언을 자제하는 것을 먼저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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