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써 말이 많으니

한 선 교(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7-01-04 19:08:42

우리나라 프로농구의 한 유능한 감독은 한 선수가 공을 오래도록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질색을 한다. 제 아무리 불세출의 농구 천재고 최고의 포인트 가드라 해도 용납지 않는다. 경기의 흐름을 깬다는 것이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명 포인트 가드 이상민은 결코 볼을 오래 가지고 있는 선수가 아니다. 그의 진가는 속공 패스에 있다.

첫 패스가 이상민에게 연결만 되면 그것은 원 패스로 곧바로 골밑 공격수에게 연결이 되어 쉽게 득점이 된다.

이상민은 속공만이 아니다. 속공이 여의치 않다 판단이 들면 영리한 두뇌 플레이로 강약을 조절한다. 실제로 그가 볼을 드리블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저 강약을 조절하거나 골밑으로 치고 들어갈 때나 있을까 그리 길지가 않다. 이것이 그가 최고로 인정받는 이유인 것이다.

축구 얘기를 해보자.

영국의 유명한 축구 지도자 중 한 사람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훌륭한 축구 선수는 90분 내내 뛰어도 그가 볼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 1분이 넘으면 쓸모없는 선수다’고 단정을 한다. 요즘 박지성이 뛰고 있는 프리미어 리그나 차두리가 뛰고 있는 분데스리가를 경기장에서 직접 본다면 그 속도가 탁구보다는 못하지만 때로는 테니스 정도의 속도감을 느낀다.

공 잡고 있을 시간이 어디에 있나. 드리블할 시간이 어디 있나. 잡으면 곧바로 패스다.

따라서 훌륭한 선수는 경기 내내 뛰어도 그의 발끝에 공이 붙어 있는 시간은 1분은커녕 몇 십초를 넘지 않게 되어 있다. 아무리 볼을 오래 갖고 있는 것이 악이라 할지라도 호나우도가 페널티에어리어 앞에서 공을 갖고 드리블을 치고 있다면 그것은 예술이다.

호나우딩요가 왼쪽 코너 부근에서 공을 치고 한명 두 명을 제치고 들어오고 있다면 경기장은 일순간 흥분의 도가니가 된다. 그것은 그들의 평소 실력을 알고 있는 터라 그것에 대한 기대감과 프로 선수인 그들은 팬에 대한 서비
스 또한 그들의 의무이다.

만약에 그렇지 못한 선수가 계속 볼을 질질 끈다면 경기는 지고 마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실력이 그저 그런 선수가 볼을 끌고 있는 순간 다른 선수들을 보면 모두가 서 있다시피 한다.

팀의 조화와 템포를 모두 죽인 결과이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나보고 말을 줄이라”고 했다고 역정을 내셨다 한다. 또한 말귀 안 통해 온몸으로 소통한다는 말씀도 하셨다 한다. 또한 클린턴과 토니 블레어의 예도 드셨다고 한다. 얼마나 자신의 뜻이 자신의 국민에게 전달이 안 되면 저러실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요즘 말로 ‘그건 아니잖아’다. 물론 미국이나 영국이나 지도자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국민이 있다고 부러워할지 모르지만 그곳은 프리미어 리그의 무대고 그 두 지도자는 호나우도고 호나우딩요다.

옛말에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을 말까 하노라’하는 말씀을 되새겨볼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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