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청계천 방문자 집계에 집착하나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1-14 18:39:18

{ILINK:1}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12월31일부로 청계천 방문객이 40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히면서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실제 시설관리공단 산하 청계천관리센터는 지난 2005년 10월1일 개장한 청계천은 개장 58일 만에 1000만명을 넘어선 뒤 224일 만에 2000만명,338일 만에 3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서울시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매우 흥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집계가 사실이라면 전 국민의 80%가 청계천을 다녀갔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시설관리공단이 흥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 숫자는 어떻게 집계됐을까? 과연 믿을만한 통계인가.

그리고 이처럼 시설관리공단이 방문자 수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특히 그 숫자를 집계하느라 공무원을 별도로 두고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 타당하기나 한 것일까?

먼저 집계방식은 한마디로 ‘어림수’ 계산방식이다.

청계천관리센터에 따르면 방문객 수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재임당시이던 지난 2005년 11월27일까지 청계천으로 들어가는 30개 진입로에 직원, 공익근무요원 70명을 배치해 입장객만 계측기로 일일이 세었다고 한다.
실제 개장 뒤 두 달 동안은 공단 직원 30여명이 하루종일 계측기를 들고 방문객 수를 세는 업무만 전담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용역업체 경비원과 공익근무요원 등 15명이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10분 동안 주요 지점에서 사람의 수를 세고 가로, 세로 1m안에 있는 표본 인파수를 넓이만큼 곱해 계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또 센터 종합상황실에서는 전 구간을 아우르는 16개 CCTV를 보고 인파를 추산해 공익근무요원이 파악한 숫자와 합해 총 방문객 수를 산정하고 있다.

평일에는 청계천까지 내려와 천변에 있는 사람들만을, 주말에는 청계광장 주변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집계한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같은 사람을 중복해서 세거나 단순히 지나가는 사람까지 포함될 수 있다. 즉 ‘청계천의 명성’을 위해 방문객 숫자가 부풀려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인근 사무실 직장인도 계속 청계천 방문객으로 집계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확한 통계가 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청계천관리센터 측도 “4000만명이 정확한 숫자라기보다는 대략적인 숫자”라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센터 측 한 관계자는 “청계천을 한 번 방문한 이는 여러 번 방문하기 때문에 중복이 있다”며 “참고자료일 뿐이고 사람이 세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정확한 숫자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센터측은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방문객 수를 집계하기 때문에 통계는 믿을 만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방문자 집계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도대체 방문객 수를 어림수로 계산하는 방식을 사용하면서도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는 그 ‘배짱’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설령 공단 측의 주장처럼 통계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해도 과연 이처럼 인력과 예산을 낭비해가면서 이를 집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실제로 공단에서는 계산에 투입된 직원들에게는 대체휴가를 주고 있다고 한다. 휴가 기간만큼 다른 동료들의 업무량이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더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용역업체 비용은 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나온 돈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이처럼 정확하지도 않는 방문자 집계에 많은 인력과 예산을 낭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센터 측은 “청계천 관리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방문객 수를 세고 있다”고 해명하지만, 그 말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단지 청계천 관리에 필요한 자료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더 이상 집계하느라 인력과 예산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자료가 모아졌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방문자 집계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을 보면, 뭔가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청계천 복원을 성사시킨 한 대권주자의 치적을 홍보하기 수단이라면, 너무나 치졸하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