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안된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시민일보
| 2007-01-28 18:19:42
“여자는 안 된다!” 십중팔구는 상투 틀고 앉아 암탉 운운하는 조선시대 얘기겠거니 할게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진보 지식인이라는 함세웅 신부가 던진 말이다. 여성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진보-중도-보수를 판가름 하는 가장 보편적인 잣대 중의 하나가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시각이다. 통상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 진보, 아니면 보수로 분류한다. 그런데, 최근엔 부쩍 진보 인사를 자처해 온 사람들로부터 이런류의 ‘여자 불가론’을 자주 듣게 된다. 심지어 선거 때만 되면 능력과 자질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여성후보 명단을 들이밀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천해 달라고 생떼를 쓰던 일부 여성단체 사람들마저 요즘은 공공연하게 이 ‘여자 불가론’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여성 대통령’이 꽃피는 이유는 21세기는 경제·사회 여건의 변화가 급속한 글로벌 경쟁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 등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해가는 주변 환경에 신속히 적응하면 모든 것을 얻지만 한 발 늦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승자독식의 사회 (winner-takes-all society)’이다. 변화와 적응과정에서 불가피한 다양한 집단 사이의 이해상충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정하느냐가 이제는 생존의 관건이다. 지시와 통제 일변도의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리더십, 건설공사 하듯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추진력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라 오히려 생존에 필수적인 ‘변화’의 걸림돌이 되어 버렸다.
북핵 국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시와 통제 일변도의 권위적 리더십은 오히려 막가파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 파국으로 치닫기 십상이다. 그러나 원칙은 확실히 지키되 유연하면 협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는 법이다. 경제 살리기도 마찬가지다. 불도저식 리더십은 과거 정부주도형 개발경제 시대에나 걸맞을 뿐이다. 지금은 시장의 공정성은 확실히 지키되 경제의 주역인 기업, 세계무대에서 일류인 기업이 자유롭게 뛸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주어야만 경제가 살아나는 시대이다. 대통령이 건건이 지시하고 끌고가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은 경제 실무경험이 아니라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소신이다. 영국 경제를 살린 대처, 미국 경제를 살린 클린턴 둘 다 경제학 전공도 아니고 CEO 경력도 없었다. 오직 확고한 원칙으로 경제를 살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변화에는 유연하되 원칙은 확실히 지키는 리더십, 지시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조정하는 리더십, 바로 ‘여성 리더십’이다. 이미 세계는 생존을 위해 ‘여성 대통령’을 선택하고 있는데, 우리만 조선시대식 ‘여자 불가론’이나 되뇌고 있다면 우리의 내일은 암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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