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를 깨야 고구려가 탄생한다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1-30 18:34:23
{ILINK:1} 요즘 장안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가운데 단연 MBC의 ‘주몽’이 으뜸일 것이다.
드라마에서 현재 주몽은 고구려를 건국하기 위해 부여를 떠나 졸본으로 갔으며, 거기에서 한나라의 현토성군 및 부여의 태자 대소가 이끄는 부여군 등 한-부여 연합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이 30일 “저는 오늘 부여를 떠나 졸본으로 갑니다. 흩어진 옛 조선의 유민들을 모아 한나라에 맞서 싸우겠습니다. 강철검은 백성의 마음속에 있습니다”라는 ‘탈당의 변’을 자신의 홈페이지 올렸다.
즉 부여(열린우리당)를 떠나 졸본(무소속)으로 가는 것은 고구려(개혁통합신당) 건국을 위한 행보라는 것.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 분당할 당시만 해도 ‘개혁정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과반의석의 거대 여당으로 만들어 준 것은 이 같은 기대감이 작용한 탓이다.
이는 부여가 옛조선 유민들과 함께 나라를 건국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갖게 한 것과 흡사하다. 실제 부여가 거대한 제국으로 탄생하는 과정에서 이들 유민들의 역할은 매우 컸을 것이다. 하지만 부여는 한나라의 현토성과 손을 잡고 옛조선 유민들을 괴롭히는 등 오히려 그들의 희망을 철저하게 짓밟고 말았다.
이는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며, 추파를 보낸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에 대해 염동연 의원은 “우리는 우리당의 정체성을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 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로 그 중산층과 서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받고 있습니다. 우리사회 기득권 세력이 우리를 비판하고 공격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그에 맞서 항변하고 반론의 주장을 펼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어렵고 힘들게 살고 있는 서민들의 민생안정이라는 열망에 부응하지 못했다면 그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습니다.”하고 말했다.
즉 부여를 떠난 유민들이 졸본으로 몰려가게 되고, 거기에서 고구려 건국을 위해 고난의 세월을 보낸 것처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고난의 땅인 졸본 행, 즉 무소속의 험난한 길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당이 서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
즉 유민들의 희망이던 부여가 유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것이나, 서민들의 희망이던 열린우리당이 서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여를 떠나 졸본으로 간 주몽과 유민들은 부여로 인해 숱한 고난을 겪게 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부여를 먼저 깨는 것이 어땠을까?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인 노웅래 의원은 “당을 해체하고 대통합에 나서자”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평화개혁세력이 하나가 되기 위해 우리 열린우리당은 해체하고 대통합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열린우리당을 어정쩡하게 일시적으로 봉합하려는 시도는 또 다른 소모적 논란과 분열을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열린우리당이 민생 개혁세력, 평화 미래세력의 대통합을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부여가 고구려 건국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며, 그렇다면 먼저 부여를 깨고 고구려건국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부여 귀족과 왕족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노 의원은 “이를 위해 열린우리당은 모든 기득권을 송두리째 버리는 큰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여의 금와왕과 신료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해 졸본으로 간 주몽을 적으로 삼고 말았다. 오히려 주몽을 공격하기 위해 한나라 현토성의 군사들과 연합군을 이루는 모습까지 보였다. 행여 열린우리당이 당을 떠난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이 이와같은 모습은 아닐지 우려된다.
아무튼 염동연 의원은 “저는 오늘 이 나라를 구할 새로운 주몽을 기다리며 길을 떠나고자 한다”는 말로 탈당을 결행하는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과연 그가 기다리는 주몽이 누구인지, 그가 과연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열린우리당이 지금 부여의 말기모습을 닮았다는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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