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의 대리전
김송원(인천경실련 사무처장)
시민일보
| 2007-01-30 19:35:54
최근 인천광역시가 만든 지방공기업과 출연기관들의 역할이 현격히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의 출현과 역할을 보는 시각은 큰 차이가 있다.
시가 쏟아지는 시민사회의 욕구를 적절히 수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들 기관을 설립했다고 평가받기 보다는 오히려 시와 시민사회가 갈등하고 있는 현안을 시를 대신해 이들 기관이 나서도록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됐지만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한지 10년을 넘기고 있는 현 시점에서 시 행정만큼 세분화되고 규모를 갖춘 지방공기업과 출연기관의 본원적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지 따져볼 때이다.
특히 시민사회와 행정 간의 의사소통 구조를 좁히기 위해 시민참여행정을 주장해 왔던 시민단체들은 이들 기관의 출현이 그 동안 쌓아왔던 의사소통 구조를 점차 왜곡시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천시와 시민사회가 갈등을 빚고 있는 현장에 투입돼 있는 지방공기업과 출연기관들의 사례를 보자.
우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아파트 분양가 안정문제이다. 연말부터 신년에 들어서서까지 안상수 인천광역시장은 민간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위험하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정작 서민주거 안정차원에서 시장 스스로 정책 실현이 가능한 공공부문의 아파트 분양가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첨병에 나선 곳은 다름 아닌 인천도시개발공사다.
이들은 지난해 말 송도 웰카운티 고분양가 책정 논란을 자처해서 대응하고 뒤따를 민간기업의 고분양가 책정에 방패막이로 나섰다. 또한 용현·학익지구 내 동양제철화학 폐석회 처리 및 용도변경 문제는 어떠한가? 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부지에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한 후 인천문화재단에게 조성방안을 연구하라고 공을 넘겼다.
산업단지 및 공장지역의 기업에게 이전할 대체부지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채 도시개발 사업을 위해 희생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었다. 신년 들어 시는 검단지방산업단지 확대 등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인천발전연구원 관계자의 입을 빌어 이번 용역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복지보건 분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국립대학병원과 인천대학교의 의대 신설을 주요 골자로 하는 시립인천대와 인천의료원의 통합 논의가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방의료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시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접한 소식이기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분명한 것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욕구를 공공적 관점에서 수렴하고 그 이익을 지역사회와 소외계층에게 환원한다면 지방공기업과 출연기관을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공공적이지 않고 특혜시비 논란 등이 있어 시민사회와 갈등하는 문제에 이들 기관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시민사회가 시 행정부에게 투명행정, 참여행정을 요구하였듯이 이제 지방공기업과 출연기관에게도 이를 요구할 때가 왔다.
기본적으로 이들 기관이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일상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이사회 의사록 공개 등 투명행정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이들 기관 내의 이사회 및 각종 심의·자문 기구에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미 지방공기업 및 출연기관은 보호받아야 할 행정 외적인 조직이 아니다. 시민세금이 들어간 이들 기관의 각종 행보들이 서민을 웃게 만들 수도 있지만 나락으로 내몰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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