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리 걸치기’와 ‘중립’은 다르다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2-21 20:43:51

{ILINK:1} 최근 국회내에서 박성범 의원과 박 진 의원, 시민일보 정치부 기자가 우연히 마주친 일이 있었다고 한다.
박성범 의원은 전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이고, 박 진 의원은 현직 시당위원장이다.

당시 박 전 위원장이 박 진 위원장에게 “시민일보에서 봤다”며 “서울시당이 정말 정치적 중립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박 진 위원장은 박성범 전 위원장에게 “선배께서 터를 잘 닦아 놓으셔서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는 것.

이는 시민일보의 지난 15일자 기사에 대한 짤막한 대화 내용이다.

시민일보는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 박 진 의원이 지난 14일 성명서를 통해 당의 통합과 화합을 위해 특정 후보에 대한 줄서기 금지령을 내렸다”는 요지의 보도를 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시당 당직자 및 핵심당원(‘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이상)이 특정후보에 대한 줄서기를 강요하는 행위는 해당행위로 간주하고 징계하겠다”며 ‘줄세우기’ 금지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서울시당은 ▲시당 당직자가 특정후보의 캠프에 가담해 그 운영에 참여하는 행위 ▲시당 당직자 및 선출직 공직자가 특정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시당 당직자 및 핵심당원이 특정후보에 대한 줄서기를 강요하는 행위 ▲시당 당직자 및 핵심당원이 특정후보를 위한 사조직을 설치하거나 이에 대한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 ▲특정 대선후보 대리인임을 내세워 지지를 강권하는 행위 ▲지역에서 특정 대선후보에 줄서기를 강요하며 기존 당 기간조직을 와해시키는 행위 등을 해당행위로 지목하면서 엄정 중립을 지키고 있다.

지금 한나라당은 너무나 잘 나가고 있다. 정당 지지도는 이미 40%를 훨씬 넘어섰으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빅3’의 지지율 합계는 70%를 넘어 여전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분당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실제 박 진 의원은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며 정권교체를 기대하는 국민과 대선필승을 열망하는 당원들은 한나라당내 대통령후보 진영간 과열경쟁이 갈등과 분열로 치닫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잘못하다가는 통제 불능의 상태로 빠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한나라당 분당사태를 우려했다.

김정훈 의원도 최근 촉발된 후보검증 논란과 관련, 한나라당 분당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고, 심지어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정치인은 아무리 서로 싸우더라도 상대방의 치마를 들춰선 안 된다. 지나친 감정대립으로 가면 (한나라당이) 분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 분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처럼 당내 인사들은 물론, 국민들도 상당히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정인봉 변호사의 폭로사태로 ‘검증 공방’이 확대되면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갈라설 것이란 전망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이 경선 전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59.8%)가 ‘없다’(29.8%)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그러면 왜 이같은 분당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일까?

두말할 나위 없이 다른 시·도당이 서울시당처럼 철저하게 중립을 유지하지 못한 탓이다. 실제로 많은 당내 인사들이 대권주자들에게 줄서기를 이미 했거나, 시도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경선이 끝난 후, 양측의 갈등은 심각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줄서기를 하지 않은 많은 인사들도 대부분 ‘양다리 걸치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당 지도부나 당의 공식기구의 어정쩡한 태도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은 ‘중립’이라는 미명하에 사실상 대선주자 진영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혹시 이런 태도를 취하면 이명박 진영에서 싫어하지나 않을까. 또 저런 모습을 보이면 박근혜측에서 반발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교묘하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그것은 ‘중립’이 아니다. 중립과 양다리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중립은 정의와 진실을 바탕으로 비록 어느 한쪽의 반발이 예상되더라도 엄정하게 판가름을 내리는 것이다.

박 진 서울시당 위원장이 한 일을 당 지도부가 못한데서야 어디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당 지도부의 의지만 있다면 ‘양다리’가 아니라 ‘중립’을 지키는 일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