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자산가’ 노점 퇴출… 약자는 보호하라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2-26 18:10:11
{ILINK:1} 서울시내 가판대 노점상들 가운데 ‘억대 자산가’가 수두룩하다면 과연 누가 믿을까?
그러나 사실이다.
시내 가판대 노점상 중 28명이 종합 부동산세 납부기준인 6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가 하면, 특히 이들 중 10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가진 노점상만 해도 무려 7명이나 된다는 것.
실제 서울시는 26일 최근 시내 가로 판매대, 구두수선대 등 보도상 영업시설물 운영자 3625명의 부동산 보유현황 등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2억 이상의 재산을 갖고 있는 노점상도 전체 조사자 3236명 중 511명(15.7%)에 달했다고 하니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구체적으로 2억 이상~4억원 미만의 부동산을 소유한 노점상은 390명, 4억 이상~6억원 미만은 93명, 6억 이상~10억원 미만은 21명, 10억원 이상은 7명이었다.
또한 재산조회 동의서를 서울시에 내지 않아 부동산 현황이 파악되지 않은 사람도 390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이들 가운데 상당수도 ‘자산가’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면 어쩌다 이런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이유는 서울시가 지난 1980∼90년대 불법 노점상을 정비하면서 별다른 기준 없이 운영권을 주고 이를 매년 갱신해 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내 3625곳의 가판대 중 기초생활수급자(23곳), 국가유공자(68곳), 장애인(645곳) 등이 운영하는 곳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지 않는가.
실제 임대료는 연간 14만~51만8000원에 불과한 반면, 유동인구가 많은 요지의 경우 한 달에 1000만원 이상의 순익을 올리는 곳도 있다고 하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이 정도면 특혜도 보통 특혜가 아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이른바 ‘역세권 상가투자 체크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노점상이 역을 중심으로 얼마나 있는가 살피는 것”이라고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보도상 영업시설물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또 시는 이 조사를 바탕으로 4월중에는 노점상 관리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한다.
물론 차량도로는 그런대로 넓은 편인 데 비해, 사람이 걷는 보행로는 턱없이 좁기만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를 타계할 어떤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특히 올해 말로 노점상들의 점용 허가갱신 기한이 만료 된다. 따라서 지금이 불합리한 점을 시정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불가피하게 노점상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마저 내치는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곤란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엔 가판대 1570개, 구두 수선대 1614개, 교통카드 판매대 442개 등 모두 3625개의 노점이 있다. 이들 노점상 가운데 앞서 밝힌 바와 같이 23명은 기초생활수급자이고, 국가유공자는 68명, 장애인은 645명이나 된다. 비록 전체 노점상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수지만, ‘억대 자산가’ 노점상이 존재하는 사실만으로 이들마저 외면하는 정책이 결정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시민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가로 조성을 위해 노점상을 줄여야 한다는 서울시의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이 어려운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등 저소득층 운영자에 대해서는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서라도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자면 서울시는 관련 조례를 개정해 가판대 운영자격기준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뒤늦게나마 서울시가 ‘부적격 억대 자산가 노점상’의 퇴출과 함께 운영권을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독립유공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되돌려 주기 위해 관련 조례 개정에 나설 방침이라니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다.
물론 일부 가판대 운영자 등의 심각한 반발이 예상되지만 ‘부적격 자산가’의 노점상 퇴출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서라도 서울시는 결코 물러서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약자의 보호’라는 대원칙을 철저하게 지켜나가야만 한다.
모쪼록 약삭빠른 자가 특혜를 받는 서울이 아니라, 사회자 약자가 보호를 받는 따스한 서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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