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주몽’이 될 것인가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3-19 19:10:22
{ILINK:1}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예상했던 대로 19일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말았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은 원래 민주화세력과 근대화세력이 30년 군정을 종식시키기 위해 만든 정당의 후신이지만, 지금의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후 “저는 오늘 한국정치의 낡은 틀을 깨뜨리기 위해 저 자신을 깨뜨리며 광야로 나선다”고 밝혔다.
필자는 이미 이날 오전에 “손 전지사가 오후 2시경에 탈당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새삼 놀라울 것도 없었으나, 처음 그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충격은 상당한 듯 했다.
필자에게 ‘손 전 지사의 향후 행보가 어떻게 진행될 것 같으냐’고 묻는 언론인과 정치인들의 전화가 수차례나 걸려왔을 정도다.
필자의 대답은 당연히 “모른다”였다. 필자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그 속내를 어떻게 알겠느냐는 것이었다. 다만 그는 “반드시 이번에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욕심을 버렸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이런 면에서 손학규의 탈당은 이인제의 탈당과는 그 격이 다르다.
따라서 손 전 지사의 다음 행보를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탈당 이유를 ‘주몽’이 부여를 떠난 것에 비유해 설명했다.
손 전 지사는 “주몽이 왕자들과의 세자경합을 포기하고 부여를 떠난 것은 부여가 낡은 가치에만 매달려있었기 때문”이라며 “주몽은 새로운 가치로 운영되는 새로운 나라를 원했다. 그리고 결국 고구려를 건국했다. 주몽이 부여를 떠난 이유, 그것이 지금 제가 한나라당을 떠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즉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했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미래, 평화, 통합의 시대를 경영할 창조적인 주도세력을 만드는데 저 자신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만일 당장 대통령 후보가 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탈당을 결행한 것이라면, 손 전지사가 제일 먼저 찾을 것은 이런 정치집단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좋은 대통령’, ‘좋은 정당’의 건설을 위해서 탈당을 했을 것이고, 이런 면에서 그는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 우리당 탈당파들과 같은 정당을 먼저 염두에 두고 활동하지는 않을 것이란 말이다.
그러면 그의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 것인가.
주몽이 오이·마리·협보와 같은 새로운 인물을 거느리고 고구려 건설에 나선 것처럼, 그는 먼저 새로운 인물들과 힘을 모으는 데 주력할 것이다.
정운찬, 문국현, 최열, 장기표 등 정치권 밖에 있으면서 각종 언론을 통해 범여권 통합신당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는 인물들과 장성민, 김성호, 추미애, 강금실 등 정치인이면서도 그런대로 신선한 인물로 평가되는 사람들과 먼저 교감을 이루는 일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연대해 “누가 후보가 되든지 정치권의 혁신을 위해 서로 돕자”는 합의를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중심에 손 전 지사가 설 가능성은 반반이다. 만일 손 전 지사가 후보로 선출되지 않더라도 그는 승복할 것이다. 그래서 손학규와 이인제는 다르다는 것이다.
만일 여기에서 손 전 지사가 선택되면, 그는 열린우리당에서 추천하는 후보나 탈당파 및 민주당에서 지원하는 후보 등과 맞설 경우 100%로 승산이 있다.
물론 그렇게 될 경우, 한나라에서 누가 후보로 나서든 손 전 지사를 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손 전 지사는 모든 것을 버림으로서, 모든 것을 얻는 행운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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