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손학규 탈당에 신경질부린 이유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3-20 17:56:56
{ILINK:1} 노무현 대통령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탈당에 대해 거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 노 대통령은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을 겨냥, “자기가 후보가 되기 위해서 당을 쪼개고 만들고 탈당하고 입당하고 이런 일을 한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근본에서 흔드는 것”이라며 “탈당을 하든 입당을 하든 평상시의 소신을 갖고 해야지 선거를 앞두고 경선에서 불리하다고 탈당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물론 노 대통령은 손 전 지사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날 손 전 지사의 탈당을 정조준한 발언이었다는 점은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범(汎) 여권이 모두 손 전지사의 탈당에 대해 쌍수를 들고 반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범여권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열린우리당 탈당파의 한 무리인 ‘민생정치모임’을 이끌고 있는 천정배 의원 등은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노 대통령만 이처럼 강도 높게 손 전 지사를 비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각 언론은 대체로 “대통령이 대선이라는 무대 밖의 ‘관전자’에 머물지만은 않을 것이며, 무대 위의 ‘배우’(player)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식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경우 임기 말 ‘레임덕’ 현상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치적 효과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물론 이같은 관측이 틀린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범여권 후보로 거론될 당시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 대통령 돼야 한다”라는 정도의 가벼운 잽만 날렸던 것에 비하면 이번에는 그야말로 강펀치라는 점에서 단순히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결국 손 전 지사는 탈당에 앞서 DJ와 직접적인 교감은 없었더라도 동교동계와 충분한 교감을 나누었을 가능성이 있다. 손 전 지사가 이번 탈당을 결심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공식 라인인 김성식 전 경기정무부지사를 따돌리고, 강훈식·윤진호 등 새로운 인물들과 호흡을 맞춘 것으로 알려지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즉 노 대통령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손 전지사가 자신을 제외한 채 동교동계와 교감을 가진 사실을 알고, 이에 대한 반발 심리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만일 이 같은 필자의 판단이 맞는다면, 손 전지사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견이 찬반으로 팽팽하게 갈려 있는 시점이다.
그가 한나라당 경선후보로 거론되던 당시의 지지율이 불과 5%내외를 오르내렸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결과다.
특히 그가 범여권의 단일후보로 선출될 경우에는 ‘핵폭탄’과 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다. 그는 ‘햇볕정책’을 매개로 끊임없이 DJ와 교감을 나누면서, ‘제3세력’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하지만 손 전 지사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정운찬 전 총장 역시 열린우리당 탈당파 등의 지원을 받아 일순간에 ‘신흥세력’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이다.
물론 이들 외에 친노파 지지후보, 정동영·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 의원 및 민주당 지지 후보 등도 나름대로 용을 써보겠지만, 그들은 모두 이미 ‘흘러간 옛노래’로 주요 변수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범여권 대선후보 경쟁은 손학규 전 지사와 정운찬 전 총장 간의 ‘용호상박’이 예상된다. 이들 양측의 본격적인 경쟁은 정운찬 총장이 강의를 마치는 5월 말이나 6월 초경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손 전 지사가 빠져버린 한나라당은 중도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손 전 지사를 향해 조롱하던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그는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치명타를 입고 경선에서 낙마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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