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타결, 평가는 역사로 넘기자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4-02 19:50:58
{ILINK:1} 14개월여간 이뤄졌던 한미FTA가 최종 타결되면서 이제 국회인준 절차만 남겨 둔 상태다. 그동안 한미 양측은 쇠고기를 비롯해 자동차, 섬유, 의약품 등 총 17개 분과에 걸쳐 10개 핵심쟁점을 추려 협상을 진행해왔다.
특히 논란이 뜨거웠던 쇠고기 검역문제는 국제무역사무국(OIE)의 미국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평가등급 결과에 따라 우리 측이 ‘뼈 있는 쇠고기’를 포함해 수입하기로 구두로 합의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민간농산물을 둘러싼 관세 양허안(개방안)도 합의를 이뤘다. 식용 감자, 식용 대두, 천연꿀, 탈지분유, 전지분유 등 5개 품목은 저율관세할당(TRQ) 물량만 부여, 현행 관세는 유지됐다.
반면 오렌지는 국내산 감귤 등의 출하시기를 고려해 9월부터 2월까지는 현행 50%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그 외 시기에는 계절관세 30%를 7년간 적용한 뒤 철폐키로 했다.
자동차 부문에 있어서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미 수출 차량의 경우 1500~3000cc 승용차는 관세 즉시 철폐, 그 이상은 3년내 철폐키로 했다.
반대로 수입의 경우 자동차 특소세를 3년내 10%에서 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25%인 픽업트럭은 10년간 균등철폐하기로 했다.
반덤핑 분야에서는 미국이 반덤핑 조사와 관련해 사전 통지하거나 협의를 해주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반덤핑 등으로 제소를 당한 기업들이 현장 실사조사 때 자료요구가 미진해 불이익을 주는 제도가 금지된다.
방송분야는 현재 49%로 설정되어 있는 케이블 TV프로그램 공급업체(PP)의 외국인 지분제한은 유지하되 국내 별도 법인 설립을 통해 간접투자 방식을 허용키로 했다.
특히 PP들이 국산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비율을 영화는 25%에서 20%로, 에니메이션은 35%에서 30%로 낮추기로 했고, 외국 프로그램 편성쿼터는 현행법에 허용된 상한선까지만 확대해주기로 합의했다.
금융서비스 분야는 일시적 세이프가드 제도가 받아들여졌다.
일시적 세이프가드는 외환부족 등 금융유동성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일시적으로 국내외 투자자의 자금이동을 중지해 유동성 위기의 악화를 막는 조치로서, 현재까지 미국이 FTA를 체결하면서 단 한 차례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이밖에 산업·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증권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에 대한 독점적 지위도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이같은 합의 결과가 향후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아직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한미 FTA가 타결되자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실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곧바로 “협정체결 저지에 매진할 것”이라며 인준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역시 “졸속타결에 우려한다”고 했다. ‘선대책 후협상’의 원칙보다 실익 없는 타결이라는 것.
특히 민주노동당은 이번 FTA가 발효될 경우 ‘국부 6조원, 개인소득 12조원’이 감소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자체분석 결과를 내세워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사실상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국과 미국이 FTA를 계기로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 층 더 공고한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 ‘한미FTA 타결’이라는 뉴스에 대해 필자는 평가를 내리기가 무척 조심스럽다.
다만 농촌을 비롯하여 한미FTA 체결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과 사후대책을 마련하여 국민을 안심시키고 해당 산업분야에 미래 비전을 심어주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미FTA가 한국 경제 선진화와 국가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미FTA 체결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추후협상으로 넘어간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를 반드시 관철시키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에 대한 평가는 급하게 서두를 것이 아니라, 역사가 평가하도록 넘겨두고 ‘어떻게 하면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느냐’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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