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당 후보 - 이명박당 후보 대결?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4-18 19:44:39

{ILINK:1} 4.25 재선거가 실시되는 양천구에서는 “박근혜당 오경훈 후보와 이명박당 추재엽 후보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우스개가 심심찮게 들린다.
오경훈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이고, 추재엽 후보는 무소속 후보다. 그런데 뜬금없이 ‘박근혜당’이니 ‘이명박당’이니 하는 소리가 왜 나온 것일까?
그 배경은 이렇다.

한나라당내 대권주자 경선을 놓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측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이 서로 줄세우기를 강요하다보니, 이른바 ‘사설위원장’이라는 게 생겨나고 있다는 것.

‘사설위원장’이란 특정 대선주자 캠프에 속해 있거나 캠프에 줄을 대고 있는 인사들이 당원 및 대의원들을 상대로 줄세우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들은 공공연하게 “○○○가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면 차기 위원장은 바로 나”라며 ‘자가발전’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일컫는 것이다.
사설위원장은 특히 원외 인사가 당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지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심한 지역에서는 5명에 달한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경기도당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이 최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경기도의 경우 원외지구당이 30개 정도가 있으며,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특정 대선캠프의 위원장을 빙자한 사설위원장이 난립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노골적으로 줄세우기를 강요하는 등 궁극적으로 해당행위를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경기도가 30개 정도라면 서울 지역도 그 정도는 족히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한 지역구에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면서도 ‘박근혜당 위원장’이 따로 있고, ‘이명박당 위원장’이 따로 활동하고 있는 모양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사설위원장’이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사설구청장’, ‘사설시의원’, 심지어 ‘사설구의원’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이명박 전 시장의 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임동규 전 서울시의장이 이끄는 ‘한국지방자치발전연구회’ 회원들 가운데 일부가 이런 식으로 자가발전 시키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지방자치발전연구회는 지난 2월 27일 오후 1시30분부터 종로구 부암동 소재 하림각 신관 2층에서 세미나를 열고 이 전 시장을 초청, 특강케 하는 등 그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단체로 알려져 있다. 물론 연구회 회원들 가운데는 구청장이나, 시의원 및 구의원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바로 이들 가운데 일부가 ‘사설’이라는 것.

즉 이명박 전 시장이 대통령이 되면, 자기가 위원장이 될 것이라는 사람도 있을 테고, 구청장 후보나 시의원 혹은 구의원 후보가 된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양천구청장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추재엽 후보 역시 ‘한국지방자치발전연구회’ 회원이다. 따라서 그가 이명박 진영의 지원을 받고 있을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이에 대해 추 후보측 관계자는 “이심전심”이라고 말했다.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인지, 아니라는 것인지 참으로 아리송한 답변이다.
그는 또 “당선되면 한나라당에 복당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사실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우리 입으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선문답’식의 답변을 했다.

그러나 박 진 서울시당위원장이 “19일 아침 최고위원회에서 ‘탈당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전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복당을 시키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건의할 것”이라고 말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아무래도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어쩌면 추 후보는 한나라당 복당이 아니라, 정치권 일각에서 전망하는 것처럼 ‘이명박당’이 생기면, 그쪽으로 가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근혜당 오경훈 후보와 이명박당 추재엽 후보의 싸움이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명박 전 시장이 오경훈 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선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실로 난감하다.

이명박 전 시장의 생각과 그의 캠프에 있는 사람의 생각이 서로 다른 것인지, 아니면 그냥 형식적으로 지원유세를 하는 것인지 정말 아리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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